세티르 2014. 9. 18. 11:46

  "누나, 나 아무래도 좋아하는 거 같아."

  오랜만에 들린 모임자리. 찾아가는 것도 쉽지 않지만 모이는 것도 쉽지 않은 우리 모임은 그냥 소꿉놀이 친구들 모임이다. 특별할 건 없지만, 다른 사람들이 보면 특별할지도 모른다. 국적은 다르지만 우리는 어릴적 친구라고 주장한다. 사실 아니지만.  하여간 그런 모임에서 둘째 가면 서러울 친구 유진이의 남동생인 유림이가 갑자기 조용이 꺼낸 말이다.
  대체 누굴 좋아한다는 거야?

  "사람이 여러가지 좋아할 수 있지. 나만 봐도... 별이 두고 여자들 많이 사랑하고 다니잖아? 그런데 우리 이쁘고 착한 유림이는 뭘 좋아하길레 그렇게 힘들어 할까나~?"

  "어린애 다루듯 하지마. 나 심각해."

  "허~"

  평소엔 더 귀엽게 앙탈 부리던 녀석이 진지하게 나오면 그것도 쉽지 않은 상대다. 그도 그렇지만 방금 말한 건 고백이지 않는가. 에휴~ 누굴 좋아하길레 저렇게 심각한건지... 혹시... 나?

  "림아, 누가 그렇게 좋은거야? 사람이 사람 좋아하는 데 안될 게 뭐 있어? 괜찮아. 이 마음 너른 언니에게 다 불어 봐."

  "누나, 나 안개 좋아해. 그것도 이성적으로."

  안경 넘어로 꽂혀오는 눈빛은 장난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진지한 은회색 눈빛은 내 얼굴을 직격했고, 그 진지한 얼굴과 눈빛 덕분에 혈압 상승 효과로 내가 고백 받은 것 같이 심장이 쿵쾅쿵쾅 뛰고 있었다.

  "안개?! 지금 안개라 했어?! 그거 내 동생 강안개 밥통 멍충이 말하는 거 맞지? 허~ 어찌 좋아할 사람이 없어서 안개를 좋아해? 아니 그건 그렇고... 이성적으론 뭐야? 너네 둘은 동성이야. 좋아하는 건 이해하고 사랑한다고 해도 상관은 없지만 우정과 사랑이 혼동된 건 아니고? 지금껏 친구로 지내 왔잖아? 그리고 왜 왜 왜!!! 이 재미있는 일이 내가 일본 가기 전에 이렇게 바쁠 때 일어나냐고오오오!!!!"

  약간 짐작은 하고 있었고, 그 전에도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유진이랑 나랑은 취향이 독특해서? 아니 그것보단 반 장난 식으로 별이랑 유림이를 붙여놓고 -참고로 둘다 남자...- 이런 저런 포즈 요구라던지 그러한 장난을 심상치 않게 했다. 별이 같은 경우야 뭐, 내가 뭐라 할 수 없을 정도로 날 사랑하고있고 - 우훗~ - 유림이는 자기 입으로 이런거 좋아한다고 했다. 그럼 그 말이 그 말이었어? 에휴~ 쉽지 않은 길을 간다... 혜민이는 어쩌고...

  "누나가 좋아하는 건 알고 있었긴 한데... 어차피 상담할 사람도 누나밖에 없어. 전화걸거나 찾아가면 되지. 일본이 뭐 멀다고... 누나 나 돈 잘벌잖아?"

  "너 돈 집에서 썩어날 정도로 있는 데 또 벌어?"

  "아, 그러고 보니 또 일하기로 했어! 이번에 또 좋은 일이 있더라구~ 후후~"

  "설마... 도망가는 건 아니겠지? 나 안개 투정 받기 싫은데..."

  "누나... 이건 어떻게 보면... 누나가 잘못한 거야... 나한테 왜 그런 장난을 쳐서는~"

  "아 됐어~ 그래 그래~ 내가 다 상담 받을 테니까, 일단은 나 바뻐. 집에 갈래. 이녀석... 오랜만에 놀러왔더니 요딴 소리나 하고 콱!"

  동성물을 이해하고 좋아하는 건 나랑 유진이 정도고 슬아는 이해하는 정도고 즐기진 않는다. 그 외의 애들은 이해만 할 뿐 그 이상은 싫다는 주의이다. 최근에 일 잡혔다고 잠수 타는 유진이 덕분에 둘의 모든 상담은 나에게 돌아왔다.

  며칠 후.
  안개에게 연락이 왔다. 고백 받은 것 때문에 고민하고 있는데 유림이는 잠수타서년 연락두절이라고.

  "뭐가 사랑이고 뭐가 우정일까? 어떤게 사랑이고 어떤게 우정이지? 내 감정을 구분 못하겠는데 유림이는 갑자기 고백이나 하고. 그러면서 얘기 좀 할려니까 일한다고 연락도 안되. 쉽게 구분하는 법 없어?"

  전화 통화를 하면서도 평소에 말도 많지 않은 안개 치고는 꽤 긴 말을 내뱉았다. 그러면서 유림이에게 느끼는 이 감정이 특별한 것인지 나에게 묻고 있었다. 뭐라고 구분 해야 좋을까?
  나도 한때는 우정과 사랑을 구분 하지 못하긴 했지만, 별이와 유진이에 대해서 생각하면 분명하게 구분이 가는데... 어떤 방법이 좋을까...

  "안개야, 음... 일단 유림이랑 혜민이가 같이 있는 거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둘이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하고 이런 저런일을 한다고 생각해봐. 내가 무슨 말을 하는 지 알겠지? 걔네 둘이 침대에서 뒹굴고 노는 걸 생각해보면, 어떻다고 생각해? 별 생각 안들어?"

  좀 그렇다고 생각 하지만 가장 확실한 방법이 아닐까 싶다. 안그런가?

  "음... 나한테 고백한 유림이가 혜민이랑? 마음에도 없는 여자를 품는 거야? 교육 좀 받아야 겠네. 좋아하는 사이도 아닌데 여자한테 그러는 거 아니잖아!"

  이 딱딱한 머리의 안개는 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여자란 점에서 문제가 있었나? 그럼 다른 사람은...

  "그럼, 내가 평소에 별이랑 장난 치게 하고 그랬잖아? 그건 어때? 응?"

  "아무리 봐도 유림이가 싫은데? 어떻게 형한테 그럴 수 있는거야?!"

  아... 또 상대를 잘못 골랐네. 사실 안개의 첫사랑은 별이다. 그런 상대랑 이으니 상상할 수 없는 관계이지 않는가? 유림이와의 관계를 밝히는 미래적 사안보단 별이와의 과거는 누가 뭐래도 부정할 수 없는 일이니까. 정확하지 않은 정보에 정확한 정보가 싸우면 당연...

  "안개야, 결론은. 너 유림이랑 만나 봐야 알 것 같다."

  "그런거야? 아니 이자식은 대체 뭐때메 고백 해놓고 자기가 도망가는 꼴이야~"


-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