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은 그리 어렵거나 힘들진 않았다. 환자가 어린탓도 있겠지만 보이는 것 보다 내상이 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무리 그래도 뼈가 붙는 건 기간이 걸리는 일이고, 그 일은 수술로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수술실 안에서 별 수다스러운 외과의도 많지만 이 선생은 생긴 것 대로 조용한 사람이었다. 그래서인지 간호사들도 조용했고, 아무 생각없이 수술을 진행할 수 있었다. PA들도 조용히 보조를 하고 정말 말 없이 조용한 수술이 끝난뒤에 회복실로 이동했다.
수술을 끝내고 회복실에 간다고 얼굴을 보았다. 잘생기고 단정한 게 딱 내 취향인데라고 생각하는데 심장이 꼭 살려내라고 말하고 있었다.
"미도리 선생님, 잘 봐주세요."
준간호사에게 회복실 상황을 맡기는게 갑자기 걱정이 되었다.
왜 그런 기분이 들었는지 모르겠다. 회복실로 이동하고 잠깐이면 깨어날 아이이고, 처음 본 아이인데. 죽을 것 같은 이상한 기운이 엄습했고, 그 순간을 함께있고 싶은 마음이었다.
"제가 볼게요."
"네? 저기.. 선생님 오늘 당직.."
주변에서 이상한 시선이 꽂힌다. 내가 누군지 알고 있고,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본원에서 올거에요. 아침이니까 와있겠네요."
왜 이런 곳에서 이 환자를 보겠다는 말인지는 이해 못했지만 내 미묘한 지위에 대해서는 다들 알고 있었다.
"네, 선생님. 의자 가져다 드릴가요?"
"부탁드릴게요."
수술실 옆에 있는 회복실은 회복에 필요한 무언가가 있는 게 아니고 그냥 침대를 둘 수 있는 빈 공간이었다. 시간이 시간이었고, 수술도 없었던 탓에 그 공간은 텅 빈 공간이었다. 내가 보고 있겠다고 했으니 다른 사람들은 다들 나갔다. 혼잡스러움 속에서 갑자기 고독감을 느낄법도 했지만 난 이 소년과 함께하는 것 만으로 즐거웠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내 심장소리와 그의 심장소리를 들으며 그 잘 맞는 호흡과 두근거림을 즐기고 있었을 때 였다.
문득 고를 호흡에서 알 수 없는 기분을 느꼈다. 옆에서 사랑하는 사람이 자고 있다면 그 소리를 들어보면 고른 숨소리에 그 숨을 쉬는 행위 자체가 야하다는 생각도 들고 성스러움도 느껴진다. 묘한 위화감이 색스러움과 교차되면서 알지 못하는 감정이 밀려왔다. 그리고 이미 행동하고 있었다. 그 숨을 막고 싶었다.
그렇게 그의 입을 막았다. 아니 막았다기 보다는 잠깐 스쳤다는 말이 정확할 것이다. 그는 수술 후에 의식이 없는 상태이고, 입을 닫고 있었다. 그 조금 작지만 매력적인 입술에 입술을 대고 확인했다. 잠깐, 스치듯 키스를 마치고 다시 돌아 섰을 땐, 신발장에 러브레터를 넣고 확인했을까? 하는 복도 뒷편에서 훔쳐보는 소녀의 마음같이 들떠 있었다. 지금 내가 뭘 한거지? 알고 있음에도 이해할 수 없는 움직임이었다. 왜 이 소년에게 키스를 했는지도 모르면서 재차 확인했다. 시작은 도둑 키스였다. 그렇게 다시 입을 대었었다. 허리를 굽혀 그 시간이 길어질 것을 알았는지 자리에 앉아 그를 덮치듯, 혀로 그 문을 열었다. 그리고 턱을 잡아 자연스럽게 하악을 열고 안으로 쉽게 들어갔다. 의식도 없는 애를 그것도 회복실에서. 아무도 없고 공허한 공간이다 보니 그 안쪽에서의 키스소리는 울려 메아리 치고 있었다.
ㅡㅡ 혀의 마찰음, 입술의 움직임, 서로의 옷자락이 스치는 소리.ㅡㅡ
스치는 키스에서 시작해서 지금은 입술이 부르트고 혀가 뽑힐듯이 잡아당기고 그가 내뱉는 숨을 다 마실듯이 키스를 했다. 그렇게 집어삼킬 듯한 키스가, 그 안쪽의 영역에서 내 혀만이 움직이고 있다가 상대의 혀가 나를 쫓아오고 있음을 느끼고 놀라서 자리에서 일어나 도망가듯 뒤돌아섰을 때, 옷자락 끝을 잡아 당기고 있던 그 손이었다. 나를 잡아 끄는 건, 손만은 아니었다.
"으응... 가지.. 마.. 러지... 마요..."
꿈속에서도 버려지는 건지 내가 그렇게 그의 손을 놓고 갈 수 없는 이유였다.
눈을 뜨고 날 보는 가 싶더니 이내 다시 잠이 들었다.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정확하게 나를 보고 있었다는 착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눈빛이 계속 나를 향해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이건 내꺼다. 꼭 내가 가져야 할 그런 독점욕이 생겼다.
저건 내꺼다. 꼭 가져야지. 그리고 꼭 내껄로 만들어서 행복하게 해줘야지.
수술 전에 그의 가족을 보았다. 수술 동의서는 가족이 서명해야 했다. 그 아이의 가족은, 가족이 아니었다. 가족이라기 보단 고용주의 고용인이 서명했다. 나도 저런 적이 있었으니 그 차가운 사인이 어떤것인지 알고있다.
잘해주고 싶다. 내가 만났던 차가운 사회에 대해서 조금은 따뜻하게 가르쳐 주고 싶다. 아마 그 마음이 가장 컸던 것 같다. 그렇게 변명하며 도망치고 있었지만 눈을 땔 수 없었다. 심장의 기형적인 소리에 알고 있지만 그 소리에 뇌까지 지배당하고 있었다.
시작된 사랑을 무시하고 싶었다. 계속 그를 보고 있었고, 세상은 잿빛이지만 그 아이에서 빛이 나고 있었다.
왜 3편이나 물으신다면 짝수편(?)은 다른분이 쓰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로 똑같이 같은 이야기를 쓰고 있어요< 합작은 정말 오랜만인 거 같아요. 그래선지 역시 쓸 맛이 나네요 ' ~' 나 혼자 글 쓰면 쓸 생각이 안나서 버려놓고 있지만, 뒷내용 때문에 글을 써야 다음이 나오니까 이런작업 좋아요!! 프메카(왕자의 귀비)쓸 때도 그래서 좋았는데.. 그거 저 왜 안쓰죠? <어이 모르겠어요.. 치킨이나 시켜서 수요 미식회나 볼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