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 x 히로키 - christmax ep. 1 -
에피소드 2로 이어집니다. 클스마스 끝났는데 덜썼 ㅠㅠ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
12월 23일 천황탄신일이 쉬는날이고 이브도, 크리스마스 당일도 쉬는날은 아니다. 아직 겨울방학도 아니고.. 그런데 여느때와 다를 게 없이 불쑥 찾아왔다.
아무래도 연말이다보니 진료가 밀려있는 것도 아니고, 수술예정도 없었다.
그렇게 학교를 땡땡이 치고 오는 히로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하고 싶어서 뭐가 필요한지 몇번을 물었는지 모르겠다.
"뭐 갖고 싶은 거 없어?"
"갖고 싶은거? 없는데."
19일에 물었을 때의 반응은 이랬다.
뭐 당연한건가. 서로 부족할 거 없는 집안에, 물건에 집착따위 하지 않고 사서 쓰고 버리고. 그런 생활을 반복해왔으니.
그래도 선물하고 싶은데..
그리고 뭔지모를 복잡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친구 1과 친구 2가 서로 좋아하는 것 같은데 그럼 그 두 사람은 어떻게 되지?"
서로 좋아하면 사귀든가. 말든가. 근데 내가 왜 히로 친구까지 챙겨야하지? 그런 가벼운 마음으로 말을 이었다.
"내가 히로키 친구 일까지 걱정해야되?"
라고 했더니, 말이 휙 바뀌어서,
"내가 쌤을 좋아한다고 하면.. 만약에!! 그럼 어떻게 되는거야?"
"나도 히로키 좋아해."
네가 날 좋아하는 그런 의미로 좋아하는 게 아니라서 그렇지.
내가 잘해준다는 걸 안 뒤로는 호감으로 바뀌었지만 그걸 좋아한다고 더이상 착각하지 않는다. 히로키가 좋아하는 건 잘 챙겨주는 선생님이지 희롱하는 슈가 아니다.
*****
그리고. 12월 21일.
나는 여전히 '뭐 갖고 싶은 거 없어?'라는 질문을 했고, 히로키는 '딱히..'라는 반응이었다. 혹시나 생각나는 게 있으면 사주고 싶었는데..
그 말에 이어서 어제 이야기를 계속 했었다.
"쌤.. 만약에.. 내가.... 쌤 좋아한다고 하면 어떻게... 되는거야? 그냥 그게 끝이야?"
뭘 묻고 있는지 모르겠다. 좋아하면, 뭘 해야되? 히로는 그런거 싫어하잖아.
"뭐 어떻게 되야되? 남자끼린 결혼못해"
결혼은 물론 손잡고 밖에서 데이트만 해도 손가락질까진 아니라고 해도 눈총을 받거나 아니면 그냥 무시당하거나.. 뭐 그런 좋지않은 시선을 받겠지. 쉽게 한 대답에 복잡한 얼굴로 고개를 떨구고 고민을 하고 있었다. 좋아하는 남자가 생겼나? 힘없이 앉아있는 게 안쓰러워서 환자용 의자에 앉아서 고개 숙이고 있는 히로키 얼굴을 보기위해 무릎을 끌어안고 쭈그려앉아서 얼굴을 보았다.
"뭐가 어떻게 되길 바라는 거야?"
"쌤은 내가 어디가 좋아?"
"글쎄, 생각해 본 적 없는데"
"근데 좋아?"
좋은 데 이유가 있는건가. 좋아하는 데 이유가 있다면 그 일부를 좋아하는 게 아닐까? 부자라거나, 미남이라거나, 능력있다거나. 그냥 좋을 수도 있는 거 아닌가?
"응 이유가 있어? 부자라서? 돈은 나도 많은데. 잘생기고 미남인건 나도 그렇고. 히로키, 나보다 잘난 게 뭐 있어?"
약간 비웃음이 섞인 얼굴을 하며 너 별로 안잘났어 라고 말했다. 그냥 네가 좋은거야.
"진짜 좋아? 남자 좋아하는 거 이상하다고 그러잖아"
이유는 모르겠지만 남자 좋아하는 거 라고 말하면서 얼굴이 붉어졌다. 남자가 남자를 좋아하는 건 이상한 거고 남자가 여자를 좋아하는 건 정상인건가?
"남자가 남자 좋아하면 안되? 남자애는 아빠를 좋아하면 안된다고 헌법에 적혀있어?"
한동안 말 없이 생각을 하고 있었다. 얼굴은 점점 더 빨개지고 머리는 복잡한지 표정이 좋지 않았다.
"바꿔서 말하면, 남자가 여자를 좋아하는 게 정상이라면, 그 대상이 엄마여도 되는거야?"
겐지모노가타리에서 겐지는 어머니를 닮은 계모인 후지쯔보를 겁탈하고, 어머니를 닮은 와카무라사키를 데려오고. 그런 겐지는 친어미인 키리츠보의 사랑을 못받아서 그런건지 정말로 후지쯔보를 좋아해서 그런건지. 아니면 가장 사랑하는 건 무라사키라서 그런건지. 뭐 어쨌든 희대의 바람둥이라는 결론은 달라질 게 없지만. 그런 연애 자유주의의 시대에도 터부시 되는 사랑이 있었고, 그게 이성간의 연애라고 해서 정상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말하는 '정상적인 연애대상'은 적당한 연령차, 적절히 비슷한 신분(신분제도가 폐지되었는대도), 가계경제상황이 비슷할 것, 그리고 이성.
히로키랑 2, 3번의 사회적 관계 외에는 나이차도 많고, 그리고 우린 동성이었다.
"저.. 쌤"
그 말에 더 혼란스러운지 고민을 하고있는 히로가 너무 귀여워서 도둑키스를 했다. 도둑키스에 놀라서 놀란 토끼눈을 했다. 귀여워 큭.
"쌤. 나 되게.."
무슨 말을 하려는 거지? 계속 쭈그려서 아랫쪽에서 보고있는데 귀여워서 헤실헤실 풀어진 얼굴이 되는 건 어쩔 수 없다.
"...... 좋은데.... 쌤이..... 좋은데요......"
"응 나도 좋아해"
헤실거리며 좋다는 말에 나도 좋아한다고 답해줬다.
"아이씨, 그런 의미가 아니라... 존나.. 맨날.. 생각나고, 보고 싶고..."
"그런 의미가 아니야? 좀 다르네...?"
나도 좋아하는데 네 '좋아함'과 내 '좋아함'은 다르잖아. 그런 날 싫어하는 건 너잖아. 그래서 네가 좋아하는 나로 남아있는 거잖아. 친절하고 상냥한 함께있어도 덮치지 않는 선생님으로.
"....키스, 하고 싶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얼굴을 쌔빨갛게 물들이며 말하고 있었다. 다시 한 번 도둑키스를 하고,
"그런 의미 아니라며"
라고 되물었다.
네가 좋아하는 나와 너를 좋아하는 나는 다른 존재야. 둘다 나지만. 덥치는 날 좋아하지 않잖아.
"....."
고민을 한참동안 해서 다시 도둑키스를 했다.
"난 이런 의미인데"
"아.... 아니...... 그거 맞아......"
고개를 푹 숙이고 얼굴을 가리려고 하고 있었다.
도망갈 구석을 만들어 주고 일어났다. 확인하고 싶었다. 어떤 나를 좋아하는지.
"어떤거?"
"그... 좋아하는거...!!!"
쭈그려 앉아있다가 일어나서 시선이 따라오나 싶었는데 금새 고개를 숙이고 시선을 피하고 있었다.
"어디까지? 좋아? 키스? 섹스?"
섹스라는 단어에 놀란 표정이었다. 히로키는 분명 키스는 좋아했다. 키스를 말로는 거절했지만 분명 좋아했다. 버드키스와 도둑키스같은 가벼운 키스를 한 뒤 싫은 표정은 없었다. 딥키스를 하는 건 한 달에 한 두번 정도로 종종 있는 일이었지만 그 때도 그렇게 싫은 표정은 짓지 않았다. 그건 분명 싫지 않는 거다.
"어....... 키스.......도 좋고...."
더듬더듬 말하는데 눈을 똑바로 보지 않으려고 했다. 계속 직시하고 있는 내 눈빛을 계속 무시하며 어려워하고 있었다.
"그래"
강요하지 말자. 날 좋아하라고 강요하지 않기로 했으니까.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가벼운 스킨십으로 좋은 관계를 갖고있는 겉면의 나라도 좋아하게.
"세... 씨발 그냥 다 좋...."
"안 괴롭혀"
너무 괴롭히는 거 같아서 괜찮다고 안심하는 말을 건내며 계속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히로, 이제 집에 가야지?"
"어... 어....!"
옷을 챙겨입는데 자켓에 팔도 제대로 못넣어서 허우적 거리고 있었다. 그 모습이 귀엽고, 먹고 싶었다.
"푸크큭!!! 천천히 해. 안먹어."
갑자기 튀어나온 속마음. 키스도 섹스도 좋다고 하는 같은 사랑을 하고 있다고 해주었다.
"아... 알......."
안먹어라는 말에 놀랐는지 눈 크게 뜨고 쳐다보는데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웃어보였다. 혼자 놀라 민망해 하는 건가.. 네가 싫어하는 짓은 안하기로 했으니까.
*****
22일, 진료실은 한가했고, 환자용 진료의자에 앉아서 빙글빙글 놀고 있었다.
"뭐 갖고 싶은 거 없어?"
질문이 너무 지겨운건지 짜증을 냈다.
"에이씨!!!! 없는 데 왜 자꾸 귀찮게..."
"갖고싶은거... 그럼 나한테 받고 싶은 거 없어?"
특별한 관계도 아니고, 뭐... 내가 대단한 것도 아니지만..
"쌤한테, 받고 싶은거?"
그제서야 뭔가 진중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연인은 아니라고 해도 그래도 가까운 형이니까. 대신 사줄 수 있는 게 없으려나. 좋아하던 오토바이라거나.. 그런거 사줄까?
"없어? 뭐.. 내가 준다고 특별할 건 없을 거 같네."
답지않게 꼬물거리며 고민하고 있었다. 귀엽네. 저러고 있으면 고등학생 다워 보인다.
"...나랑 그럼 밥 같이 먹자."
밥? 뭐 밥으로 애를 꼬시긴 했지만.. 밥 먹자는 말이 나올 줄이야.. 크리스마스 이브의 저녁을 함께한다는 말은 그 성야를 함께하자는 데이트의 의미라는 건 아는건지.
"밥?"
"그냥.. 식사 한 번......"
눈치를 보면서 밥 한끼 하자는 말을 했다. 밥 한 번 먹는 게 그렇게 힘든 일인가? 왜 저러지..
"...바쁘면 어쩔 수 없고."
"뭐 먹으러 갈까? 어디가고 싶어? 프렌치? 이탈리안?"
뭔가 여자애랑 데이트 준비 하는 듯 분위기 있는 곳을 예약해놔야지. 역시 고기일려나? 고기가 낫겠지? 이탈리안 레스토랑의 스테이크가 맛있는 집으로 예약을 해야겠다. 전에 가봤던 곳 중에서 간호사들이 좋아했던 곳이 있었던거 같은데.. 호텔 레스토랑은 개별실이 없어서 불편하니까 작아도 파티션 있는 곳으로 가야지.
".....쌤이 먹고 싶은 걸로 먹지 뭐."
"히로키는 뭐 먹고 싶어?"
".......당근 빼고, 그냥 밥"
"스테이크 먹을까?"
그냥 밥? 스테이크 먹자는 말에 반대는 하지 않았지만 원하는 게 그게 아닌 듯 했다. 당근 빼고라고 하면서 울컥 하는 게 정말 귀여웠다. 당근으로 간호사들이 좀 괴롭혔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귀엽다. 당근 편식하는 것 까지도 다 귀여워.
"뭐 다른 거 먹고 싶은 거 있어?"
"아니 괜찮아"
별거 아닌 일인데 밥 한 끼 먹는 게 뭐 힘들다고,
그러고보니 진료실에 놀러올 때 마다 밥도 안먹이고 집에 보냈던 건가?
"정장 있지? 집에가서 정장 입고, 차갖고 집에 데리러 갈게"
히로키의 귀여운 반응에 도둑키스를 했다. 그 때 일 이후로 건들지 않고 있지만, 먹고 싶고 귀엽고 예뻐서 만지고 싶지만 만지기 시작하면 계속 더 하고 싶으니까.. 그냥 간간히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귀여우면 머리를 쓰다듬는다거나, 종종 도둑키스를 했다. 그 정도는 괜찮은 듯 했다.
"아씨! 하지 말라니까!!!"
"칫.. 아무도 안보는데..."
키스받은 볼을 손으로 감싸고 얼굴 새빨개진 히로키를 보니, 머릿속에 말들이 입으로 흘러나왔다.
"큭 빨개졌다! .....키스 해도 되?"
"그런거...! .....일일히 묻지마...."
"안묻고 해도 되?"
얼굴을 붉히며
"어차피 할거면서..."
라고 궁시렁 댔다. 싫어하는데 또 강요하면, 다시 멀어져야 하니까. 적정선을 유지하려면 양보해야지.
그런데도 이 귀여운 반응과, 하고 싶은 욕망이 가만 내버려두질 않았다.
히로키 귓가에,
"싫으면 안할게"
라고 속삭이니 히로는 눈을 꼭 감고 날 붙잡았다. 좋다는... 의미겠지? 아닌건가...
"해도 되?"
귓가에서 속삭이며 양 볼을 맞대고 다시 물었다.
"싫어?"
비주를 하듯, 볼에 가볍게 키스하고 싫은지 다시 한 번 물었다.
"당신, 하고 싶어 하니까..."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을 부정했다. 싫은건가? 아니면 싫지 않다는 건가?
"나는 하고 싶은데, 히로키는?"
"씨발... 해... 하라고...."
"고마워"
귀까지 빨개져서 부끄러워 얼굴이 터질 것 같은 히로의 얼굴을 보며 귀여워서 입술에 쪽 하고 버드키스를 하고 혀로 입술을 핥았다.
그런 키스에 짜증이 났는지
"일부러 약올리는거지 개새끼야"
라는 말이 입에서 튀어나왔다. 히로는 좋을 때 만큼 욕하는 거 같으니까. 좋아하는 거겠지? .....아닌가...? 내가 또 착각하고 있는 건가? 좋아하는 게 아닌데 난 또 키스하고 있는건가..
"씨... 사람 짜증나게.."
"왜...? 키스 하는 거 싫어?"
"씨발, 하... 하.고 싶다고! 몇번을 얘기해...!"
내 착각으로 히로키를 괴롭히고 있는가 싶어서 다시 확인하니 확인하는 게 짜증나는지 울컥 속마음을 터트리고 이렇게 내가 말을 하려고 한게 아닌데 라는 당황한 표정이었다.
..... 좋아.. 하는 거지?
"나만 좋은 줄 알았지~"
"아씨 자꾸 놀려.."
"놀리는 거 아닌데.. 그냥 좋아서.."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가벼운 스킨십으로 끝났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