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치마츠의 데스노트
1. 쥬시마츠.
형이고 동생이고 나발이고 쌍둥이에게 위아래란 없다. 다 같은 날 태어났고, 특별할 것 없이 그저 순서가 조금 다를 뿐이다.
쥬시마츠가, 그렇게 된 날. 유아퇴행.
어쩌면 누구보다 가장 밝은 녀석일 것이다.
어린아이인 채로 있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어느 날, 숲속에서, 곰씨를 만났어요. 꽃피는 숲길에서 곰씨를 만났어요."
쥬시마츠가 부르는 그 '곰'의 정체를 나는 알고있다.
그 곰새끼는 쥬시마츠를 어린 아이로 옳아메어놨다. 구체적으로 어떤일이 있었는지는 쿠소마츠가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 새끼가 동생을 제대로 돌봤다면 쥬시가 그렇게 될 일은 없었을 것이다. 역시 쿠소마츠다. 형이란 이름도, 이름인 카라마츠라는 호칭도 필요없다. 쿠소마츠는 쿠소마츠다.
그 날에 있었던 일은 쿠소마츠와 쥬시마츠가 알고있고, 나는 뒤늦게 합류해서 그 곰새끼를 죽이려고 했었지만 오소마츠형과 쵸로마츠형이 말려서 목숨은 부지했다. 그런 곰새끼는 죽여버렸어야 하는건데..
쿠소마츠는 모두를 힘들게 한다.
차남이면서 차남 노릇도 못하고, 동생을 지켜주지도 않는다. 그런 쿠소마츠에게 기대해선 안될 일이다.
2. 연극부
쿠소마츠가 연극부에 들어갔다.
상황 파악도 못하고 자기 잘난맛에 사는 놈이 그걸 떠받들어 주는 곳으로 들어간 것이다. 기를 피고 살만한 곳에 갔다. 그리고 그 주변엔 여자애들이 득실댔다. 다른 것도 아니었고, 그냥 주인공을 시켜주고 남들이 꺼리는 일을 하는 거다. 쿠소마츠는 바보다. 주인공을 하니까 그런 일을 떠맡아한다. 쿠소마츠가 그런 일을 하는 건 보기 싫다. 똥이나 쳐먹어. 새똥 떨어지는 위치에 연극대본을 둬서 엿먹이는 짓을 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쿠소마츠 주변에 여자애들이 득실대는 게 싫다. 쿠소마츠가 뭐 잘나서 그런 대접을 받는 건지. 그리고 그 꽃뱀들은 그렇게 쿠소마츠를 벗겨 먹는다.
형으로써, 뭐하나 제대로 해준 게 없다. 형이라면.. 형이라면..
3. 질투
하교길에 편지를 받았다. 누구꺼냐 그랬더니 쿠소마츠 꺼였다. 이런거, 태우라고 주는 거겠지. 태워버렸다. 쿠소마츠...
4. 빤짝이 바지
미친 쿠소마츠가 바지를 사왔다. 이건 타지도 않는 쓰레기잖아. 이런 쓰레기.. 쿠소마츠는 쓰레기다. 바지나 마찬가지네. 태우면 환경공해를 일으킬것같고, 묻으면 토양오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놈. 물론 리사이클은 더더욱 안된다. 이런 놈 왜 태어났을까. 나도 마찬가지네. 하지만 쿠소마츠랑 같은 취급은 내쪽에서 거절이다.
5. 선글라스
선글라스를 사왔다. 빤짝이 바지 입으니 눈이 부신가보다. 그런 줄 알았다. 알고보니 매일 밤 무슨 일인지 울어서 눈이 퉁퉁 부어서 그걸 가릴용도였던 모양이다. 왜 우는지 모르겠다. 옆에서 자는데 훌쩍거려서 쳐다보면 병신같이 울고있다. 쥬시마츠가 곰새끼한테 당하는 꿈이라도 꾸는건가. 그건 니놈이 잘못한거잖아. 동생놈도 못지키는 차남새끼. 타지도 않는 쓰레기 같은 존재. 누가 밤중에 혼자 나가서 라멘 쳐먹고 왔다고 하면 믿을 꺼 같냐? 너 내 옆에 자면서.
6. 외로움
혼자는 외롭다. 하지만 친구는 만들지 않는다. 나는 혼자가 아니기 때문에 외롭지 않다. 우리는 여섯이다. 엄마 뱃속에서부터 여섯이었고, 태어나서도 여섯이고, 그리고 지금 결혼하지 못한 현 상황에서도 여섯이다. 또래집단? 그런거 모르겠다 우린 그냥 있는 것 만으로 또래집단이다. 다섯이상이면 집단 아닌가? 하프더즌이면 집단 아닌가? 외롭다. 여섯 속에서도 나는 외롭다. 외로운 나를 챙겨주는 건 쥬시마츠 뿐이다. 역시 쥬시는 착하다. 맛있는 거 챙겨주는 쥬시는 상냥하다. 그런데 반해서 쿠소마츠는 아무 생각도 없는 차남새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