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 x 히로키 - 크리스마스 ep. 3 -
여기서 밝히는 거지만.. 슈쌤은 곰입니다.. 둔하기 짝이 없어요..
같은내용이반복되는거같다구요?
그건 슈 쌤이 둔해서 두 번 말해도 못알아쳐먹은 거에요..
그리고 덤으로,
사실 3편은 베드씬을 쓰고싶었다고 합니다<
어쩌다가 이런 꽁냥썰을 쓰게 됐는지(털썩)
퇴원하고 어느샌가 찾아오고, 항상 함께 있는게 당연해졌다.
요즘은 뭐랄까.. 뭔가 많이 기대하는 눈빛으로 오는데 사실 뭘 원하는 지 잘 모르겠다. 부족한 것도 없고, 크리스마스라고 선물하려고 하니 뭘 달라는 말도 없고 밥 먹으러 가자고 해서 레스토랑은 예약해뒀지만..
어제는 쉬는날이라서 쉬는 날이라고 병원에 안나온다니까 못보는거야? 라는 말은 안해도 아쉬워 하는 눈빛이었다. 계속 착각하게 하는 여지를 주는 거 같아서, 착각하면 안되는데.. 히로도 날 좋아할꺼라는 생각..
바쁜척 일 하고 있는데 진료실에 와서 진료 의자에 앉아서 뱅글뱅글 돌고 있었다. 눈치 보면서 무슨 말을 할 것 같은 표정인데 정작 말은 아무말도 안하고 있었다.
"히로키, 그런데 오늘은 왜 온거야?"
"당신 보고 싶어서 온 거 아냐"
아... 나 보러 온 거 아니구나...
"아... 어디 아파? 아니면 병문안?"
"꼭 아파야 되는거야? 여기오려면"
불만에 가득찬 눈빛에는 내가 잘못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 전에도 퇴원하고 통원치료 끝나도 놀러왔었고, 내몰아야 할 이유는 없는거니까... 그냥 친한 선생님으로 지냈으니까.
"아냐, 와도 되. 퇴원하고 통원치료 끝났을 때도 왔었잖아."
호감이 있어서 오는 거겠지? 이정도는 해도 될꺼야. 하는 마음으로 히로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이 손 끝으로 해서 내 마음이 조금 전달되면 좋겠다. 그럴 리 없겠지만..
"......"
그렇게 내 마음대로 머리를 쓰다듬고 있는데 얼굴을 보니 불편한 모양이다. 뭐가 불만인지 입은 오리입이 되서 눈은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히로가 삐쳤을 땐 꼭 날 노려본다. 내 눈을 피하는 게 아니라 날 봐주는 게 너무 이쁘다. 미워도 날 보는 건가.
"오늘 저녁에 뭐할꺼야?"
한참을 쳐다보다가 불쑥 내뱉은 말이 저녁에 뭐할꺼냐는 말이었다.
"저녁? ......약속 생겼어?"
저녁에 밥먹기로 해놓고는 뭐할꺼야? 라고 묻는 건 다른 용무가 있다는 말인가. 다른 더 중요한 약속이 생긴건가. 나보다 우선해야 될 무슨 약속이라거나.. 아버지 일 때문에 가야 한다거나.. 혹은 여자친구가 생겼다거나...
"아니 그게 아니고오!!!"
버럭 하고 화낸다. 화내는 히로키도 귀엽지만.. 화내는 이유도 모르겠고 어떻게 해야 할지 사실 좀 당황스럽다.
"오늘.. 저녁에 식사하고..."
목소리가 커졌다가 보통톤으로 잦아들었다. 그리고 목소리는 더 줄어들어서,
".........또 뭐하냐고..."
또 뭐하냐고?
"밥 먹고,"
집에 가야지. 크리스마스 함께 보내고 싶다. 같이 집에가자고 하면 가줄까? 저녁약속은 침대까지 가자는 의미인 걸 아직 어린 히로는 모르겠지? 머리카락 한 올 한 올 펴 만지듯이 만지다가 히로 얼굴을 한참을 보았던 것 같다. 계속 대답을 기다리는데 너무 뜸을 들인 것 같아서 이어서 말했다.
"집에 가야지."
그게 각자의 집인지, 우리집인지는.. 히로가 선택할 일이지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집에서 같이 밥먹고 함께 잠들고, 그리고 일어났을 때 곁에서 잠들어 있는 히로를 보는 게..
"아......"
무슨 깨달음을 얻은 것 같지만 무슨 일인지 모를 멍함과 당혹감이 얼굴에 스친다.
"그.. 그치.. 집에 가야지..."
"히로... 키.."
꿈 속에서 부르는 것 처럼 히로라고 불렀다가 다시 히로키로 불렀다. 히로는 아직 모르겠지만 꿈속의 히어로(히로)는 항상 날 구하러 오고 구해주고 그리고 날 위해 희생한다. 엄마한테 맞을 때도 히로가 나타나고.. 참 웃긴 꿈이야기이긴 하지만. 히로는 나에게 영웅이다.
그런 히로가 내가 불러서 쳐다봐준다.
"아니야"
하지만 그건 내 착각이고, 그냥 내가 원하는 이상이고 꿈일 뿐이다. 현실의 히로는 날 좋아하지 않는다.
침대로 데려가서 키스하고 애무하고 그리고 섹스까지가 끝이 아니다. 함께 씻고, 뒷처리 하고, 그리고 같이 잠들었다가 잠에서 깨면 내 품안에 히로가 조용히 잠들어 있다. 삶은 계속되고 아침이 시작되면 옷을 챙겨입고 토스트 한 장 물고 뛰쳐나가듯 출근하는 히로는, 내 꿈속에만 있는 사람이다. 머리를 만지면서 귀도 만지고 싶고 볼도, 코도 입술도 그리고 더 밑으로 내려가고 싶은 욕구를 떨쳐냈다. 더 이상 만져서는 안된다. 히로에게 미움받기 싫으니까. 그냥 이정도의 거리에서..
"왜? 할 말 있는 거 아냐?"
"아니, 정장 이쁘네"
그러고 보니 오늘 저녁에 레스토랑 예약 해둬서 정장 입고 와야 한다고 했더니 교복에서 정장으로 갈아입고 온거구나. 교복을 입고 간다고 해서 매너없는 건 아니지만 그냥, 기분.. 데이트 하는 기분이 들 게 정장을 입고 오라고 했더니 말쑥하게 정장을 입고 나왔다. 상류사회에서 어릴 때 부터 정장을 입는 건 익숙해져있다. 히로 역시 자기 지금 체격에 맞는 정장을 한 두벌 이상은 구비해놓을 그 정도의 재력과, 자주 입을 기회가 있는 집안에 있는 있는 집 아들이다. 비슷한 점이 많아서 더 좋아하게 된건지, 아니면 서로의 부족한 점을 더 애처로워해서 좋아진건지까지 생각해보진 않았지만 서로의 깊은 사정을 생각지 않아도 비슷하기 때문에 어울리기 쉬운 거라는 생각에 절로 웃음이 났다.
내가 생글생글 웃어주고 있었더니 히로키 얼굴이 붉어져있었다. 귀엽게.. 키스하고 싶지만 아직까지는 경계대상이겠지.
"...내가 이런거 원래 잘 어울려...."
쑥스러워 하면서 저런말을 잘도 하고는,
"고마워"
라고 귀엽게 인사한다. 키스하고 싶다. 키스해도 이런 부끄럽고 귀여운 반응을 볼 수 있을까.
"근데... 진짜 밥만 먹고 가?"
이제 어른이랍시고 술먹고 싶어하거나 그러진 않을 것 같은데. 술이야 식사에 곁드린 와인이나 식전주 같은 건 마시겠지만 그렇다고 무식하게 부어라 마셔라 취하자 하고 마실것도 아니고.. 빨리 먹고 어딜 가야 될 약속이 있는건가.
"어.. 다른데 가고 싶은 곳 있어?"
나랑 가고 싶은 게 아니라 바쁜건가? 괜히 시간을 빼앗은 건가. 밥먹자고 한 건 히로키면서..
"아... 아냐"
알 수 없는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그냥... 크리스마스고..."
눈치를 보더니 목소리가 또 점점 작아진다. 마지막에 뭐라고 말한 거 같은데 너무 작은 목소리라 잘 들리지 않는다. 뭘 하고 싶은거지..
"약속, 있는거야...?"
밥 먹고 뒤에 약속이 있다거나, 빨리 들어가봐야된다거나, 혹은.. 여자친구가 기다린다거나... 그럴 수도 있겠다..
"아니 없어. 당신이랑 데.. 아니 저녁먹기로 했잖아."
"응. 저녁 먹기로 했어."
데이트 하는 거 같이 저녁 먹는거야. 데이트.. 크리스마스 거리를 남자 둘이서 손 잡고 걸어다니는 짓 따윈 못한다. 그래도 레스토랑 안에서 뭘 하든... 히로키가 싫어하지만 않는다면..
기분이 좋아서 베시시 웃었더니 히로키가 계속 쳐다보고 있었다.
내 망상이라도 본건가? 난 데이트라고 생각하는데 히로는 그게 아닌가보다.
"다음 크리스마스는 아저씨 말고 여자친구랑 보내야지."
괜한 말을 했다.
"어???"
여자친구. 히로에게 여자친구가 생기면.. 부럽네, 그 여자. 결혼도 하겠지. 아이도 낳을꺼고. 아버지 일을 이어서 정치쪽 연줄이랑 결혼하려나..
"뭔소리야 그게"
"여자친구 없어?"
지금이야 없을 수도 있겠다. 아직 고등학생이고, 사고났다가 다시 일어난지 얼마 안됐으니까.
"뭐 지금 없겠지만 대학교 가면 여자친구 사귈꺼니까"
혹은 집안에서 맺어준 피앙세라거나, 강제로 선 보라고 산만큼 쌓인 주선자료들이라거나.. 히로에게 여자가 생기겠지.
"......무슨 말이야?"
표정이 안좋아졌다. 화가 많이 난 모양이다.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 내가 무슨 말을 잘못한거지. 여자친구 없다고 무시하는 듯한 말투로 한 말이 귀에 거슬린건가.
"내년에 대학생이니까"
"아니 그거 말고, 다시 말해봐. 여자친구를 내가 왜...?"
여자친구라고 말해서 그런가. 성향이 그쪽이 아니라거나..
"여자친구? 금방 생길꺼야. 히로키는 착하고 예의도 바르고 집안도 좋고..."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히로가 물으니까 대답하고 있었다. 여자친구라거나 약혼자는 이쪽에선 흔히 원치않아도 생겨 있는 거니까.
"......뭐하자는 거냐"
손은 어느 새 머리에서 어깨로 떨어져서 여자친구 생길꺼야 라고 말할 때 몇번 두드렸던 것 같다. 그렇게 의미심장한 터치를 한 것도 아니고 이런 스킨십이 불편한 건가 싶어서 어깨에서 손을 떼었다.
"어?"
왜 화났는지 모르겠다. 너무 사생활 깊은 곳을 찔렀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여자친구 얘기를 왜 해?"
그런가보다. 여자친구 이야기는 개인의 영역인데 그런 곳에 내가 함부러 개입해서 그런가..
"너무, 간섭한건가.. 미안"
사과해야 한다. 히로가 화난 모습에 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사과를 했지만 더 화난 거 같았다.
"지금 뭐하는 거야? 나 가지고 노는거야?"
"히로키..."
아니.. 마에다군.. 이라고 했어야 하나.. 그정도까지 거리를 둬야 할 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화가난 걸 보면 내가 너무 쉽게 그 선을 넘은 것 같다.
"나랑 만나니까 별거 아니라서 그래? 아님.. 뭐 정 떼려는 쇼라도 하는거야? 씨발...."
"화났어...?"
"시발 그럼 화나지 안나게 생겼냐!!!!"
왜 화났는지 모르겠지만 미안하다고 했을 때 더 화가 난 거 같았다. 정 떼려는 쇼?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안가서 물으려고 입을 열었지만 그 소리는 전해지지 않고 계속되는 히로키의 발언은 화가 잔뜩 난 목소리였다.
"당신이 있는데 여자친구 사귀라는 얘기 들으면 존나 열받는게 당연하잖아!! 그것도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내가 있는데 여자친구를.. 여자친구 사귀지 말라는 말도 안했고.. 나랑 여자친구는 무슨 관계지...
"내가 여자친구는 아니잖아..."
히로가 무슨 말을 하는 지 모르겠다. 화난 행동에 거칠게 일어나서 코트를 챙겨서 갈 시늉을 했다.
"....가?"
엄마가 출근 하는 건 당연한거고, 그렇게 내버려져 집에서 기다리는 일은 일상이었다. 엄마를 잡을 순 없다. 그리고 간다는 히로키를 잡을 수도 없다.
"가는거야...?"
저녁약속은 했지만 나때문에 화가나서 간다고 하는데 나랑 약속 했으니까 저녁은 먹고가 란 말은 입이 있어도 할 수 없었다. 이렇게 화가 난 시점에서 나와의 약속은 그리 중요한 게 아니겠지..
"여자친구는 아니지. 연인이잖아!!!!"
격분해서 소리치는 히로키를 멍하게 보고 있었다. 연인?
"연인?"
그 마지막 생각이 입으로 나왔다. 연인이 있는건가. 여자친구라고 하는 게 불쾌한 표현이었던 모양이다. 연인이 여자가 아닌건가..
"당신 말이야!!!"
"나?"
무슨 얘기인지 모르겠다. 연인이라니. 히로는 날 싫어하고, 그나마 관계가 좋아져서 퇴원하고 통원치료 하면서도 좀 나아진 것 뿐인데.. 그냥 친한 선생님 정도로 생각하고, 시간 때우려고 진료실에서 와서 놀던 그런 사이 아닌가... 그런데 갑자기 연인이라니..
"그래!!! 몇일 전 부터 사귀는..."
그렇게 화나서 버럭버럭대던 히로는 얼굴이 새빨개지면서 사귀는 데 왜 난 모르냐 것에 화가나있었다.
"우리 사겨?"
"......젠장....."
얼굴을 울그락불그락 하더니만 마지막에 크게 한 숨을 쉬고는 아까까지 화내고 있다가 화는 가라앉은 듯 한데 그래도 신경질이 돋은 듯 했다.
"하지만 히로키는.. 나..."
안좋아하잖아. 라고 말은 하지 않았다. 말을 하고 싶었지만 목 저 아래쪽에서 울컥하고 올라오는 그 기분에 말을 잇지 못했다. 눈물은 흘리지 않아야지 하고 꽉 잡아 보지만 기분은 아무래도 슬퍼질 수 밖에 없었다.
"내가 그때.. 얘기 했잖아.."
그 때? 무슨 얘기?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를 했었던가?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했었던 것 같기도 하고..
".... 됐어. 나 갈래"
"......"
변명도 못하고 놓아주고 있었다. 히로키는 나한테 좋아한다고 말을 했고, 내가 그걸 몰라준 것이다. 내가 잘못해서 히로가 화가 났고, 난 잡을 의무도 권리도 없다.
"히로는 나 안좋아하잖아.. 우리가 어떻게 연인이 되.."
금방이라도 눈물이 날 것 같았지만 꼭 잡고 힘을 내봤다. 그래도 가는 히로를 잡고 싶었다. 같이 밥먹고, 준비한 선물을 주고 싶으니까.
"내 말을 뭘로 들었냐, 당신 좋다고 했잖아"
"히로가 좋아하는 거랑 내가 좋아하는 건 다르잖아"
내가 히로랑 하고 싶은 것과, 그리고 히로가 나에게 원하는 건 다르잖아. 연인이라면 그걸 어느정도 맞춰주는 게 연인아냐? 만나주는 건 고맙지만 그냥 선생님으로 남아서 충분히 포기하고 있는데..
"키스하고 싶고, 섹스하고 싶고 다 좋다고 그랬잖아. 당신하고 똑같다고...! 존나.. 당신 보면 하고 싶다고...!!!!"
히로가.. 나랑 키스도 하고 싶다고 하고, 섹스도 하고 싶다고 한다. 그런.... 육체적인 사랑도 원하고 있다. 잘못 들은 거 아닌가? 내가 히로가 화내는 말을 듣기 싫으니까 환청을 듣고 있는건가.
"씨발... 하고 싶다고...!!!! 좋아하니까!!!!"
그렇게 좋아한다고 고백하고 부끄러운지 도망가려고 했다. 잡아야 된다. 히로가 좋아한다고 말했고, 스킨십을 원한다고도 말했다. 그게 환청이 아니라는 걸 확인해야 해. 라는 마음으로 뒤에서 끌어안고 귓가에 속삭였다.
"진심이야?"
이 몸을 내가 가질 수 있다. 뽀얀 살결을 다시 만질 수 있고, 그 탐스러운 체리를 탐할 수 있다.
"놔 씨발...."
거절하는 듯 욕을 했지만 부끄러워서 귀까지 빨개진 히로의 몸은 거부하는 의사가 정확하게 없었다.
"싫어"
안놔줘. 이렇게 좋아한다고 고백했으면 안놔줘. 내가 잘못 들은거라면 정확하게 아니라고 말하라고.
"쪽팔리게.. 나혼자 지금까지 쇼했잖아."
"무슨 쇼? 무슨 쇼 한거야?"
"데이트 하는... 에이씨.. 짜증나게"
"데이트?"
데이트란 말에 다시 부끄러워 하며 힘을 빼고 고개를 떨군다. 몸은 더이상 발버둥 치지 않았다. 반항하니까 잡고 있는 거라 다른 방책으로 움직인 듯 했다. 데이트... 다른 약속이 있었던 건가. 아까의 고백은 역시 환청인가.. 버둥거리던 몸을 놓아주었다. 데이트, 약속이 있었구나.
"아, 크리스마스니까 데이트 할꺼였어?"
겨우 진정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여자친구가 아니라면 남자친구인가.
"여자친구... 아니 연인이 생긴거야?"
또 여자친구라고 실수했다. 상대가 여자친구가 아닐 수도 있겠다. 남자친구인가?
"... 쌤이랑 데이트 하는 줄..."
"나랑?"
"알았는데 씨발.. 나 혼자 착각한 거였잖아..."
나랑.. 데이트.. 혼자 착각했다고? 약속이 있는건가. 저녁 약속이 문제인가..
"..... 그럼 누구랑 하는데...!!!"
"저녁 먹기로 한 거? 아, 데이트 약속 있었으면 얘길하지.."
"쌤이랑 섹스하고 싶다고 그랬...!!!"
부끄러워서 고개를 숙인건지, 섹스란 단어에 반응하며 얼굴을 붉히고 고개를 떨궜다.
"어? 나랑?"
히로가 계속 나랑 데이트를 한다거나, 섹스를 한다거나, 연인이라거나.. 그런 이야기를 하는 건 환청이겠지..
"그래..! 너!!!!"
하고 복잡한 내게 달려들어서는 쳐박듯이 키스를 하고 떨어진다.
"꿈꾼건가.."
좋은데.. 지금 히로가 키스한 거, 꿈인가?
먼저 키스 해놓고 그게 또 부끄러운지 고개를 떨구고 있다. 키스한 행위 빼고는 방금과 다르지 않은 움직임으로 있는 게, 아마도 키스하듯이 다가온 건 내 착각이고 환각인 모양이다.
"씨발 장난하자는 것도 아니고.. 당신 좋다고 몇번을 말... 짜증나게 딴 소리 하지말고!!!"
착각이, 아닌가? 오늘.. 히로한테 한 번도 키스한 적 없는데.. 말캉한 히로의 입술이, 왔다 갔고.. 덤으로 어떻게 한 키스인지 앞니의 충격여한이 아직 남아있었다. 키스, 한거 맞지?
"진짜.. 나 좋아해?"
"... 어.. 존나 좋아해"
한참을 곰과 싸운 것 같은 표정으로 피로함이 밀려와있었다. 히로는 내가 좋아하는 걸 알아주질 못해서 지친 모양이다.
"헤헷.. 나도 좋아해.."
그렇게 지쳐서 의자에 풀썩 앉은 히로가 너무 좋아서 와락 껴안아버렸다.
".....오해 하는 거 아니지?"
그렇게 안겨있는 히로는 말에서 뾰족거림은 없었고, 조금은 퉁명스러웠지만 얌전히 안겨 있었다. 아니 나한테 좀 기댄건가?
"오해?"
오해 했었나?
"에휴.. 쌤 존경하고 그런 거 아니라고.."
존경? 존경한 적은 없을테고.. 그냥 더이상 변태 의사가 아닌건가?
"같은, 마음이.. 된거야?"
안고 싶고, 만지고 싶고, 만나고 싶고.. 그런 연인이 된 건가?
로키는 대답은 없었지만 품속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얼굴이 빨간지 귀까지 빨개져서 얼굴을 보이기 싫은건지 품에 얼굴을 폭 묻고 있는 게 너무 귀여웠다.
"고마워.."
날 좋아해줘서. 그리고 나도 좋아하니까. 이제 우리 같은 마음이 된거야.
"그럼, 오늘 저녁이 첫 데이트네?"
"그... 그렇지..."
"레스토랑 예약한 시간 다되간다. 얼른 가야겠네?"
품에 폭 파묻혀있던 히로의 얼굴을 보니 여전히 빨개서 부끄러운지 가리려고 했지만 귀를 잡고 버드키스를 하고 나서야 놔주었다.
*****
히로 줄려고 사둔 선물을 챙기고 팔짱을 꼈다.
"가자"
주차장 까지 가는 얼마 안되는 짧은 거리지만.. 팔짱은 괜찮으려나..? 하던 찰라에
"이거 좀 놓지?"
라는 말과 뻣뻣하게 굳은 얼음같은 히로의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부끄러움 많은 히로에겐 높은 장벽이려나..? 팔을 끌어안듯이 잡고 있다가 진료실을 나서려니 역시 사람 시선이 신경쓰이는지 팔을 들어올려서 팔짱 낀걸 빼내었다.
"주차장까지.."
별로 멀지도 않은데.. 불편한 건 알겠지만.. 팔짱낀걸 풀어버려서 손이라도 잡아야지 싶어서 손을 덥썩잡아서 주머니에 넣어버렸다.
"저.. 이거.. 여기서 ...해야되..?"
귀가 터질것 같이 빨개져서는 말은 계속 기어들어간다.
"놓지?"
라고 정확하게 들리게 의사전달을 하지만 난 그 말을 못들었다고 하고 싶을 정도로 꿍얼거렸다.
"싫으면 안할게"
좋아한다고 했지만 이렇게 남들앞에서 내새울만한 사이는 사실 아니다. 둘다 남자이고... 그래서 밖에서 데이트는 못하겠지. 개인실, 개별실, 그런 곳에서 갖혀서 내남자에요 자랑도 못하겠지. 평생 남으로 살아갈 운명이니까.
"되게 손 많이 가네!"
말은 거칠지만 손은 살살 기어나오듯 빼고 혹시나 재차 잡힐까봐 자기 주머니에 손을 넣어버렸다.
"......있다해"
그리고는 약간 간격을 두고 앞서나갔다. 거리를 두는 게 두 사람의 간격을 적당히 만들고 시선은 앞을 향했다.
"싫다고는 안하네"
있다가 하라는 그 말이 귀여워서 비아냥거렸다. 그랬더니 앞서가던 히로가 뒤로 홱 돌아보더니 힘있게 째려보고는 다시 앞으로 시선을 피했다.
"차에가서 실컷 해야지~ 프흣"
들으라고 귓가에 나직하게 속삭였다. 그리고 덤으로 혼잣말로 들으라고
"뭐부터 할까~"
하고 신나는 콧노래 까지 부르고 있었다. 뒤에서 보이는 히로의 귀는 이미 폭발할 듯이 빨개져있었고,
"뭐.. 뭐할건데"
라고 되물었다. 눈앞에 보이는,
"잘 익은 귀부터,"
핥고 물고 빠는 걸 상상했다. 귀에 약할지 아닐지는 모르겠지만 뒤에서 보이는 금욕적인 귀가 너무 사랑스러웠다.
"아니면 히로가 원하는 게 있으면 그것부터 해줄게."
귀에 나직하게 속삭이자 히로는 그대로 빨개졌다. 그 반응이 너무 귀여워서 바로 눈가에 키스했더니,
"하지 말라니까!!!"
하고 어깨를 툭 밀치더니 앞으로 총총 멀어졌다.
히로가 너무 귀여워서 더 괴롭히고 싶은데 멀찍히 가더니 결국, 차 앞에서 기대 기다리고 있었다.
주차장은 휑하니 사람은 없었다. 차들이야 방문객 차며, 의사들 차, 직원들 차가 가득메워져 있었다.
"여기선 뭐 해도 되?"
"어?"
한 발짝, 한 발짝 걸어가면 묘하게 두려움에 떨고있는 히로가 너무 귀여워서 물어주고 싶다.
"여기선, 뭐 해도, 되냐고"
있다해 라고 한 건 너잖아. 아니야, 히로키? 푸흣.
"..... 뭐.. 해도.. 되냐..니?"
말이 매끄럽지 않고 더듬거렸다.
"있다 하라며"
있다 하라고 한건 너잖아? 하고 싱긋 웃어보였다.
당황하며 도망갈 구멍을 찾는 것 같았다.
"느... 늦지 않았어??"
"좀 늦긴 했어."
시계를 보고 시간을 확인하니 지금 출발하면 조금 늦는감이 있었다.
"그럼 서둘러야지"
뒤돌아서서 차문을 열려고 시도하지만 차를 잠그고 아직 안열여서 열릴 리 없었다.
"쌤.. 차 잠겼는데.."
뒤에서 덮치듯이 끌어안고 귓가에 속삭였다.
"응 잠겼지."
"...안가?"
"뭐해도 되는지 묻고있잖아?"
뻣뻣하게 굳은 히로는 긴장한게 역력했다.
"어.... 손....?"
겨우 꺼낸말이 손을 허용한다는 말이었다.
"손?"
"손... 잡는...거?"
겨우 꺼낸말이 손이라니... 손으로 뭐하라고.. 손이라니..
"손 말고. 운전은 두 손으로 해"
장난치듯 투정을 부렸더니,
"운전중에는 뭘해도 문제아냐?"
"칫, 그럼 언제 손잡아준다는 거야?"
"차 타면 바로 잡을게"
"운전은?"
"어.. 운전하기 전에.."
"알았어"
하고 거래는 성립되었다. 놔주자 냉큼 차에 탔고, 운전석에 앉으니 손을 내던지듯 주더니
"자"
하고 새침하게 말했다. 그리고 그 손을 덥썩 잡고 한마디 덧붙였다.
"오토니까 손 남아"
히로의 왼손을 받았다. 왼손... 이제 이 왼손은 내꺼다. 왼손이 내꺼라고 표식을 할려고 팔찌를 샀다. 그런데 허용범위라며 왼손을 주니 놓고 싶지 않았다.
"어???"
하고 놀란 눈을 하고 보는 히로, 당했다는 얼빠진 얼굴로 날 보다가 얼굴 찌푸리고 고개를 홱 돌려도 귀까지 빨개진 그가 부끄러워 하는 건 내가 가장 잘 알고 있다.
"왜?"
싫은건가. 그래도 이 손은 내꺼다. 이 손은 내꺼라고 수갑도 채울꺼니까. 버리진... 않겠지? 좋아한다고 박치기 키스까지 해놓고, 손도 잡아주고..
".....아냐"
그렇게 왼손을 잡고 오른손이 잡힌 상태로 운전했다. 운전을 하다가 종종 손을 놓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와서 놔주면 자기쪽으로 손을 돌려놓을 줄 알았는데 잡아달라고 기다리는 것 같았다. 사이드 미러로 보이는 히로 얼굴이 한껏 찌푸린 얼굴이라 불편했다.
"싫으면 안해"
"......싫으면 싫다고 해"
좋다는 표현을 못하는 것뿐이지 싫을 땐 단호하게 싫다고 말한다. 그리고 난 그 말을 아직은 잘 못알아듣는 거 같다. 히로가 좋아하는 것과, 그리고 싫어하는 것. 아직 잘 모르겠다. 그렇게 다시 놓았던 손을, 오른손이 비면 바로 히로의 왼손을 잡았다. 그냥 겹쳐놓는다는 표현이었다면 잠깐, 한 순간이지만 히로가 꼭 부여잡고 있는 느낌을 받았던 때가 있었다. 그게 잠깐의 정체로 인해 아무것도 할 게 없을 때였다. 다른 무언가를 더 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 긴 시간동안에 손을 통해서 느껴지는 게 많았다. 긴장하고 있고, 무서워 하고 있으며, 그리고 좋아하고 있다는 것 까지. 날 좋아하는 게 맞나? 하고 확인해보고 싶었다.
사이드 브레이크를 당기려고 손을 놓고 다시 잡을 일 없는 손을 아쉬워하며 히로를 쳐다봤다. 동그랗게 놀란 눈을 한 히로는 말 그대로 귀여웠다. 잘 따르는 고양이, 아니 잘 안따르는 고양이인데 특별히 허락받은 그런 느낌. 문 열면 TV뒤로 숨는 놈이 자고 일어났더니 친한척 밥달라고 한다거나, 캔 딸때만 뛰쳐나오는 녀석이 어느 새 내 손이 익어서 품으로 들어오는 놈.
차에 내리기 전에 마지막으로 흥정의 운을 띄웠다.
"뭐 해도 되?"
"뭐?"
"뭐 해도 되는데?"
"어?"
어느 선까지 허락할지 궁금했다.
"뭐 해도 되냐고"
그 '뭐'가 정확하게 어디까지인지. 말로는 키스도 섹스도 하고 싶다고 해놓고는 정작 차에서 해도 된다는 게 손잡는 일이었다. 나 답지 않게 한참을 쳐다보고 있었던 것 같다. 정면돌파이고, 그리고 잘 없는 직면의 시간. 히로는 말이 없다.
"안되면."
뭐라고 말 하려고 입을 움직이나 싶었는데, 잠깐 기다렸지만. 더 이상의 움직임이 없었다.
"... 안할게"
말을 마치고 먼저 내렸다.
히로가 어떻게 좇아오는 지 확인도 하지 않고, 문을 닫는 소리가 제대로 들렸는지도 모르겠다. 차키는 주차장 직원에게 집어던지고 레스토랑에 들어가서 예약확인을 하고 안내하는 개인실로 들어갔다.
*****
한참이나 기분이 풀리지 않았다.
히로가 한발짝 다가와준 건데, 그게 말 뿐이라는 사실에 아마 실망했던 모양이다. 화가 났지만 그래도 히로가 날 좋아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었다. 서두르지 않는다고 몇번이나 스스로에게 말했다. 아직은 어린애고, 그리고 그걸 기다리겠다고 한 게 나인데도 분이 풀리지 않았다. 침묵의 시간이 흘러 어느정도 배가 채워지고 나니 강제적으로 기분이 조금 풀리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렇게 기분이 조금 나아지고 나니 어찌됐든 전하고 싶었던 선물을 꺼냈다. 왼손을 내꺼라고 표식할 팔찌.
밥 잘 먹고 있는 히로 곁에 가서 시계가 채워져있는 왼팔에 팔찌를 얹어걸었다.
"이거.. 별로 대단한 건 아니고.."
"우와.. 나 생각해서.. 진짜 나 생각해서.."
별거 아닌 선물에 감동한 것 같았다. 비싼 것도 아니고, 대단한 건 더더욱 아니었다. 그냥 흔히 여자애들이 좋아하는 브랜드의 심플한 은팔찌였다. 티파니앤코의 베네치안 링크 I.D. 스털링 실버 남성용 브레이슬릿. 그리고 그 안쪽태그에 내 이름을 새겨넣었다. 이 손은 내꺼라는 의미를 담아서. 그걸 보면 뭐라고 할까? 팔 잘못 베고 누웠다간 내 이름이 살에 찍힐텐데. 그렇게 히로키의 팔에 내 이름이 찍혀있다는 거. 내 꺼라는 거. 그런 독점욕에서 이 팔찌를 준다는 건 아는걸까, 이 아이는..
"어.. 고마워.."
내 독점욕을 담은 은색 팔찌를 팔목에 걸어줬다. 팔찌의 1/3은 뱅글형으로 안쪽에 내 이름을 새겨 넣었다. 그리고 그건 풀어보거나 글자가 찍히질 않으면 아마 잘 안보이겠지. 아, 손 때 껴도 보이긴 하겠다.
"이정도는 괜찮지?"
독점욕. 내 꺼. 내 꺼라고 적어놓은 팔찌. 이런 무거운 의미를 지니고 있지만 히로는 날 좋아한다고 했으니까.
"응"
선물을 준 사람이 뿌듯할 정도로 히로는 좋아하고 있다. 내가 담은 깊은 의미까지 아는지 모르는지 모르겠지만.
"다행이다. 혹시나 별로면 버려도 되."
그거 내 이름 새겨져 있어. 니가 내꺼라고 써놓은 거야. 니 살에 내꺼라고 도장찍힐꺼야.
난 그렇게 히로를 독점하는 주문을 넣었는데도 히로는 둘 밖에 없는 개인실에서 누가 선물 받고 좋아하는 걸 들킬 것 같은 아이처럼 참고있는데 좋아죽는 애기같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안버려"
"....고마워"
그 안에 내 이름이 적혀있어. 그거 나야. 내 팔에 매일같이 들러붙어서 다닐꺼야. 내 왼손은 내꺼고, 그리고 곧 네 전신을 가질꺼야. 날 안버린다고 하니까 너무 고마워. 그거 나처럼 소중히 여겨줘.
"....왜 당신이 고마운데.. 내가 고맙지"
좋아 죽겠다는 표정은 부끄러움으로 이동해서 수줍게 중얼거리는 히로는 팔찌가 이뻐서 어쩔 줄 몰라했다.
"그냥?"
"사람 많은데....?"
여기 우리 둘 밖에 없는데?
히로는 무슨 의미로 받아들였는지 전혀 모르겠는데 '그냥'이란 말에 갑자기 귀까지 빨개지며 혼자 한참을 부끄러워 하고 있었다.
"응?"
히로가 곤란하다는 표정과 그리고 부끄러움, 귀까지 빨개져서는 어떻게 해야할지 모를 움직임을 하고 있었다. 그 모든 과정이 너무 귀여워서 싱글거리며 웃고 있었더니 히로가 먼저 뽀뽀를 해왔다. 살짝 스치는 버드키스 수준이었지만, 히로 치고는 많은 용기를 낸 키스였고, 난 얘가 왜 갑자기 키스를 하는 건가? 싶어서 멍한 표정을 지었던것 같다. 그랬더니 갸윳? 거리더니 어설프게 입을 대고는 키스를 불렀다. 그렇게 키스해오는 히로를 물리지도 못하고 어색하게 잡고 답례키스로 딥키스를 했다. 입술만 닿아있던 두 입을 입술을 혀로 밀어내고 하악을 잡아서 열었다. 말캉한 입안을 탐하다가 혀를 찾아 얽어매고 맞닿아 있는 혀를 집어 삼킬듯이 빨았다가 다시 놓아준다. 차안에서 꽉 잡았던 히로의 손이 떠오른다.
키스를 갈무리 하고 히로를 쳐다봤다.
"왜 키스 한거야?"
"고.. 고마워서.."
한참의 딥한 키스로 약간 홍조를 띄고 숨이 가쁜 듯 한 히로는 부끄러워서 어딜 들어가야 겠다는 표정이지만, 다행히도 내가 하는 밉상짓(눈빛피하기)는 히로는 하지않았다.
"맘에 들어?"
"응?... 응..."
그 팔찌 나야. 매일 나 생각해. 나라고 생각하고 매일 몸에서 풀지말고, 씻을때도 함께하고, 딸칠때도 함께해. 그 왼손 내꺼야. 기억해? 싫었던 기억이겠지만.. 처음 병실에서.. 왼손으로 내 꺼 만져줬던..
"매일 하고.. 다닐꺼야?"
그때의 기억이 살아나서 아랫도리에 묵직한 느낌이 들었다.
"어, 매일 할게."
왼손의 기억은 흥분한 히로를 해소해주는 나보다 흥분한 날 해소하는 희로의 왼손이 더 에로틱했다. 움직이기 힘들었던 시기였던 만큼 대단한 스킬은 없었다. 그냥 히로가 만져주는 기분이 들어서 빨리 토정할 수 있었지 않았을까 하지만. 오늘 왼손을 잡았을 때의 꼭 쥐는 힘은, 히로가 내게 허용한 첫 스킨십이고 히로가 먼저 해준 스킨십이니까. 물론 그 전에 키스도 있고 하지만.. 좀 다르달까..
한참있다가 보니 팔찌와 시계가 둘이 달그락 거리는 게 불편한지 시계를 풀었다.
"아.. 왼쪽에 시계했지.. 오른쪽에, 해둘걸.."
팔찌를 걸어주면서 시계가 거치적거렸다. 선물받은 무슨 의미가 있는 시계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건 관심없다. 왼손은 내꺼고, 그 손에 시계를 선물해서 그게 특별할수록 난 질투나겠지.
"나 오른손잡이니까."
"시계는, 안해도 되?"
"어. 안해도 되"
부끄러워서인지 민망해서인지 괜히 테이블에 있는 빵을 뜯어먹고 있었다.
"시계 없으면 불편하지 않아? 팔찌, 오른쪽에 해도 되니까.."
혹시나, 팔찌를 빼버릴까봐 두려워하면서 왼손을 잡았다. 팔찌, 빼지마. 왼손은 내꺼야.
"오른손에 하면 불편하니까, 괜.. 괜찮아"
손을 잡고 있던 손을 겹쳐쥐고 멀찍이 쳐다보고 고개를 돌렸지만 귀가 빨간게 다 보였다.
"왼손... 내꺼야."
손등에 키스를 했다.
마음속으로만 외치던 내꺼라는 표현이 입으로 튀어나왔다. 그 말이 무섭게 목부터 얼굴까지 붉게 변하는 히로의 얼굴은 민망함을 털어내기 위해서인지 딴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아... 아 배고파"
메인을 정리하고 샐러드 식사를 마치고 디저트를 내올 이 시점에 배고플리가 없다. 성장기 청소년 식단이니 스테이크 그램도 특별히 2배로 오더를 했다. 배가 고프다며 허둥지둥 거리면서 먹으려고 하는데 오른손으로만 움직이고 왼손은 내 손을 꼭 잡고 있었다. 그 정체된 시간속에서 날 잡고 있던 그 때 처럼.
"그 때 처럼, ...먹여줄까?"
당근을 싫어한다는 말에 장난스레 당근 피망 고기를 한 껏 집어 넣고 씹어서 키스했던 일. 입으로 먹여줄 수도 있는데. 히로는 이런 마음까진 모르겠지. 손만 잡고 있어도 부끄러워서 눈빛이 산만하게 흔들리며
"아.. 아니야.."
라고 말하는 음성이 음이탈을 했다.
"....진짜 할꺼야?"
"뭘?"
"아.. 아.. 아니야.."
목소리의 떨림이 아무래도 내가 상상하는 이상의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입원 초기의 안좋은 기억들이 히로를 괴롭히는 게 아닌 가 싶어서 제자리로 돌리고 싶어서 안심되는 말을 건내고 움직이려고 했다.
"뭔지 모르겠지만 히로가 싫어하면 안해"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자상한 선생님으로 돌아갔다. 자리를 이동하려고 했지만 그 말에 안심했는지 조심히 기대왔다.
"히로?"
옆 자리에 앉았더니 어깨에 기대오고 날 끌어안아주었다.
"히로? 왜 그래?"
손을 잡아주나 했는데 히로가 날 끌어안아주었다. 안겨오는 히로.
"아니.. 그.. 그냥..."
복잡한 얼굴을 하더니 금새 떨어졌다. 좀 더 기대있어도 되는데.. 히로는 떨어지더니 더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이거.. 비쌀텐데 뭐하러 준비했어"
좋아서 이제는 아예 대놓고 히죽대고 있었다.
"주고 싶어서. 히로.. 내꺼라고"
한참을 감동받은 얼굴을 하고 날 빤히 쳐다봐서 꼭 끌어 안아주었다.
이러는 게 맞겠지? 단정한 얼굴을 정리하고 이마에 가볍게 키스를 했다.
"나.."
그렇게 한 몇번을 "나.." 하고 말을 끊고 더듬거렸다. 무슨 할 말이 있는 거 같은 게 역력했다. 큰 결심을 한 게 보였다. 차에서 내릴 때 차갑게 쏴댔던 게 미안해져왔다. 이렇게 큰 부담이 되지 않았으면 했는데.. 아무래도 그게 원인인 게 아닐까 싶다.
"나, 안 싫어.."
무슨말인지 한참 고민했다. 히로는 좋아한다는 표현에 꽤나 서툴다. 싫지않다 = 좋아한다는 말이 아닌데 히로에겐 싫지않다 = 좋다 라는 말이다. 안싫다는 말은 히로가 힘들게 꺼내놓은 '좋아한다'는 말일 것이다.
히로가 아니라고 잡아떼며 싫다고 집어던지지 않는 이상, 난 그렇게 믿고 기회를 노려 말했다.
"오늘.. 우리집 갈래?"
끌어안고 귓가에 속삭였다.
"...... 어떤 의미인지 아는거지?"
안 싫다고 말한건 히로다. 섹스 할 수 있냐는 말에 초반에 비해 많은 변화가 생겼다. 끌어안고 있던 고개는 긍정의 의미로 세로로 움직였다. 그 얼굴이 보고 싶다.
"이제 그런거 안싫어?"
"하고 싶다고 말했잖아."
거짓말이 아니다. 망상도 아니다. 환청도 아니다. 히로가 하고 싶다고 말하고 있다.
"그냥.. 호기심이라거나.. 애들이, 오늘 크리스마스라거나.. 그런거 아니지?"
차 앞에서 한참은 아니겠지만 잠깐 핸드폰을 갖고 놀 때 설마 친구들이랑 내기한 거 아니겠지? 계속 의심을 하고 있었더니 뒷목을 끌어잡고 키스를 강행했다. 아니 내가 말고 히로가!!!! 히로는 가볍게 시작한 키스였는데 내가 숟가락 얹으면서 키스가 길어졌다.
"아니라고"
히로는 너무 맛있다. 입술의 달큰함은 물론 말할것도 없다. 더 먹고 싶다. 히로의 입을 탐하고 싶고, 옷을 벗겨 그의 모든 곳에 키스하고 싶었다.
"아닌거지?"
좋아서 베시시 웃었더니 히로가 넋놓고 보고 있었다.
레스토랑에 들어올 때 마음 다르고 나갈 때 마음이 틀렸다. 이정도면 데이트 성공한 거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