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 x 히로키 ~ side stoy. 꿈에 ~
뭘 썼는지 나도 모르겠다옹..
비오는 몽롱한 밤,
아니 비가 와서 밤인지 낮인지 구분이 안가서 정확하게 밤인지도 모호했다.
침대에서 일어나 무언갈 집어먹고 무언가를 마시고 다시 잠든 애매한 기억.
그 기억 한 가운데에 내가 있었다.
사실 현실인지 꿈인지도 정확하지 않다.
예지몽일지, 데자뷰인지도 잘 모르겠다.
그런 하룻밤의 꿈처럼, 누군가가 내 기도문을 들어준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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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악... 하앗...
격정적으로 흔들리는 허리는 그 몸을 지탱하고 있는 사내의 몸을 끄잡아당기고 더 해달라고 속삭이고 있었다.
익숙하면서도 낯선 얼굴.
"쌤,"
날 부르는 목소리. 그 목소리마저 익숙하면서 낯설었다.
내가 알고 있는 목소리가 조금 더 차가우면서도 시무룩한 목소리라고 하자면 지금 날 부르는 이 짧은 말에는 뜨거움과 조급함이 담겨있었다.
"더, 여기서.."
무언가 더 말을 하려고 했지만 키스를 해버렸다. 신음을 삼키는 키스는 허리를 움직였다. 낯선 사내의 등에 묶이듯이 엉킨 내 다리는 그의 허리를 긁어댔다. 좀 더 세게 박아달라고 재촉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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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에서 깨자마자 화들짝 놀랐다.
내 옆에 누군가 자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그런 착각,
꿈이 너무 현실이어서 그랬던건지, 현실이 꿈같아서 그런건지.
침대엔 혼자였고, 옆에는 아무도 없었다.
"읏.."
놀라서 상체를 일으켰을 때, 허리며 뱃속이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통증은 어제의 밤에 현실이었다고 말해주고 있었다. 휴지통 주변에 대충 버려진 콘돔이며, 콘돔이 분명 있는데도 생리통같은 알 수 없는 복통. 그리고 근육통. 무슨일이 있었던 건지 감도 잡을 수 없는 상태에서 어디선가 진동이 느껴졌다. 핸드폰에서 전달되는 진동에 알 수 없는 흥분상태로 빠졌다.
"타치바나 입니다."
누구의 전화인지도 확인조차 않고 바로 받아버리는 건 나쁜 습관이겠지만 병원에서 급히 찾는 전화인 경우가 더 많아서 그냥 받아버리는 게 습관이 되었다.
"쌤, 일어났어?"
"어, 응.."
누구 목소리인지 알 법도 같은데 모르는 거 같은 이 상황,
"아침까지 괴롭혀서 미안. 깼을 때 아무도 없는거.. 좀 그래서 전화했어."
멍한 아침에 이게 무슨소리인지도 사실 잘 모르겠다.
"아.. 응.. 괜찮아."
괜찮다고 말은 하면서 지금 여기가 어디고 내가 누군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쌤, 진짜 괜찮아? 수업 째면 혼내니까 먼저 나오긴 했는데, 다시 집으로 가?"
낯설다. 이 낯선 광경에 어디서 언제 어떻게 말도 안되는 구분을 지으며 가정을 세워도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는 정해진 답이 있었다.
"....쌤?"
그래도 날 부르는 게 따뜻한게 너무 좋다. 계속 듣고 있고 싶다.
"쌤, 괜찮아?"
"응.. 괜찮아."
전화너머로 보이지도 않을텐데 싱긋 웃어보였다.
괜찮은 상황인가? 내가 방금 전까지 남자랑 뒤엉켜 누워있었는데, 그게 너고, 네가 나한테 넣는 그런 상황이라는 거?
"안되겠다. 쌤, 수업째서 싫어하겠지만 집으로 갈게. 욕을 하든 때리든 맘데로 하고, 일단 집에서 보자. 끊어."
좀 더, 목소리가 듣고 싶었는데.. 급하게 전화를 끊고 이쪽으로 오려는 모양이다. 침대에 대충 널부러져 누웠다. 아직 침구에 그 아이 체취가 남아 있었다.
"히로..."
목소리도, 체격도, 얼굴도 어른이 된 히로였다.
날 안고 있던 그 다부진 팔도, 키스를 하는 젖살빠진 그 얼굴도.
강하게 밀어 부치던 힘에 부서질 듯 끌어안고 흔들어대던 그 밤의 기억이 밤이 아니고 오늘 아침이었고, 아침까지 침대에 있다가 학교를 간 것 같다. 히로가 그만큼 컸다는 건 몇년이 지난걸까.
아니면 그냥 지금 내가 그저 꿈을 꾸고 있는건가.
금방이라도 올 것 처럼 말을 해서 전화를 끊어놓고, 몇 분 안지난듯 했지만 히로가 그립다. 목이 말라서 물을 마시러 일어나고 싶지만 손가락 까딱 하고 싶지 않았다. 베개를 베고 잤는지 베개에서 히로냄새가 잔뜩났다. 베개에 코를 박고, 지난 밤도 아닌 오늘 아침의 생생함이, 내 손으로 나를 쓰다듬으면서 히로를 그리워했다. 일어나기 싫은 게으른 손이 몸을 훑으며 그를 상기시켰다. 여길 이렇게 쓰다듬고, 저길 이렇게 쓰다듬으면 그가 나를 만지던 그 손길이..
"....히로...키...."
가슴께에도 손을 가져와 부비적댔다. 중심부에 손이 자연스레 겹쳐졌다. 몸은 금방 달궈졌다. 따뜻한 그 아이의 손은 차가운 어른의 손이 되었지만 여전히 뜨거웠다. 차가운 손이 헤집는 몸은 이상하리만치 기분이 좋았다. 그 손을 내 손으로 재현하려고 보니 그리 쉽지 않았다. 가슴돌기 주변을 맴돌던 손은 여기는 더이상 재미가 없어서 엉덩이로 옮겨졌다. 내 손인데도 언제부터 엉덩이를 쓰다듬고, 그 사이로 비집고 들어가 익숙치 않은 그 안쪽에 들어가는 입구에서부터 느끼게 되었는지.
지금의 내 포지션은 어느 새 그 아이에서 그를 받아들이는 몸이 되어서인지 가슴을 깨물리는 상상보다는 허벅지를 깨물리는 상상이 더 희열감이 컸다.
"흐응..."
소리를 올려보지만 내 손과 내 목소리에 나 혼자 흥분하기엔 조금 역부족이었다. 그렇게 혼자서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모르겠지만 자위도 못하는 바보가 된 거는 틀림이 없었다.
"쌤!"
문이 열리고, 소리가 들리면서 차가움이 밀려왔다.
후다닥 뛰쳐들어온 그의 부름에 부르르 무언갈 느끼기 시작하는 내 몸은 그를 재촉했다.
"히로..."
그렇게 쓰러지듯 잠이 든건지 기절을 한건지 모르겠지만 다시 눈을 떴을 땐 그의 흔적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그저 꿈을 꿨겠지 하며 침대에서 일어나 아무렇지도 않은 몸을 일으켜 물을 마신다.
무슨 꿈이었을까.
그저 꿈인걸까.
그런꿈을 꾸고 다시 진료를 보고 수술을 하고 점심이며 저녁배달을 하고 전화도 받았다.
"쌤,"
전화기 너머의 목소리는 아까 들었던 목소리보다 조금 높았다. 남성의 성대는 변성기 이후로 목소리가 그리 달라지지 않는걸로 알고 있는데..
"쌤?"
"어, 응.."
"바빠요? 방해되는 거면 전화 끊을게요."
"아, 아니. 무슨 얘기중이었지?"
히로와 전화중인데 딴남자 생각이라니. 아니 딴남자는 아니지 그것도 히로니까. 언젠가 먼 미래의 히로, 아니 내가 만들어낸 망상속의 히로키인가.
"저녁은 햄버거요. 그 전에 사주셨던 거기 햄버거 맛있었어요."
"응.. 그래. 디저트는?"
ㅡㅡ 디저트는, 슈 쌤. 쌤 이름은 왜 이름도 맛있는 이름이에요? ㅡㅡ
누가 한 말이지.
누구 목소리지.
"커스터드 슈요. 전에 슈쌤이 사다 준 딸기 슈!"
슈... 그런 의미는 아니지만 슈라는 이름이라 다행인건지, 좋아해야하는 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