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리알님과 함께 생각한 이야기 입니다.
극한의 감정에 치달으면 시공의 틈에있는 그림자의 숲마을(내멋대로 정함)으로 간다는 이야기입니다.
고독한 두 사람이 만날 예정입니다.
마비노기 트립형태로 쓰고 마을 배경은 티르코네일로 차용했습니다.
1. 고독
"재계약은 아무래도 어려울 듯 합니다. 지금껏 성심성의껏 일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이렇게 간단한 말로 퇴사통보를 하고, 그리고 짐을 정리하고 나왔다.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사람들이 안맞는다거나, 그런 거리감이 드는 것. 아니다. 거리감을 두는 건 나였다.
사람들과 친하기 힘들었다. 그런게 너무 피곤했다.
마시지도 못하는 술을 억지로 먹어야 한다거나 그런 나로선 이해하기 힘든 몸을 망가뜨려 가면서 사회성을 높히는 일은 할 수 없었다.
뭐 그리 대단한 일은 아니지만 그렇게까지 해서 어울리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친해지지 않아 사람들 겉돌기 시작하면서 아마도 재계약은 무산되었겠지.
내가 잘못한 일이지만 그저 즐겁지만은 않은 퇴근길이, 조금 놀고 취직하면 되겠지와 당장 다음달 생활비며 공과금이 걱정되었다.
약해진 시점에서 가장 첫번째로 생각나는 사람은 가장 위로받고 싶은 이겠지. 그게 남자친구일 수도 있겠지만 남자친구와 헤어진지는 조금 오래된 일이라서 그건 아무래도 힘들었다.
"엄마,"
세상에서 누구보다 나를 좋아해줘야 할 사람. 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엄마는 세상을 대하는 나에게 냉정했다. 조금더 싹싹하라고 남들과 좀 어울리라는 말을 듣고 싶진 않았다. 왜 엄마한테 그런 말을 들어야 할지 모르겠다. 난 충분히 노력을 하고 열심히 한다고 생각하는데.
엄마에게 위로의 말을 기대한 내가 잘못일까. 이렇게 힘든 때에 그렇게 아픈 말을 골라서 하는 건 또 뭐람.
집으로 가는 길이 너무 차갑게 느껴졌다. 집에 가봤자 나를 반기는 건 없고, 다음날 출근을 위한 그저 잠을 자는 공간이나 마찬가지인 월셋방은 다음달 월급을 기다리고 있었다.
문을 열었을 때,
주변이 하얘지고 소리도 없었다.
난 내 방문을 열었다고 생각했는데 주변이 삭제되어 있었다.
집중해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귀를 기울여도 아무런 소리가 나지 않았다.
어느정도의 시간이 지났는지는 모르겠다. 시간을 알 수 없는 그런 이상한 공간에서 한참을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순간이었던 것 같기도 했다.
그리고 눈을 깜빡이고 나니, 익숙치 않은 소리들, 시골내음, 그리고 꼬마애.
"어, 또 왔네?"
아이는 날 잡아끌고 어디론가 데려갔다. 어느 시대 옷인지 모를 복식을 하고 있었고, 주변은 나무로 둘러싸인 숲 속의 마을인 것 같았다. 주변을 둘러 싸고 있는 건 나무들이고, 그 사이에 집이 한 둘 씩 있었다. 길을 가고 그 길 끝에 집이 있었다. 시멘트와 아스팔트 바닥에서 생활하던 나는 익숙치 않은 보도블럭도 아닌 자갈돌로 블럭을 만들어 놓은 그런 길을 쫓아가고 있었다.
"여기"
처음에 말을 걸었을 때도 그렇지만 지금도 그렇다. 말은 분명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였다. 하지만 그 의미는 정확하게 전달된다. 그런데 여기는 누구집이지?
문이 열리고 안에 앉아있던 청년즈음으로 보이는 사람이 날 반긴다.
"어서와요."
인삿말을 했다. 또 다른 언어였지만 그 말 역시 의미를 알 수 있었다. 나에게 어떤 말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여긴 시간과 공간의 틈새, 그림자의 숲마을 입니다. 이름은 뭐 되는데로 붙였지만 이장직을 담당하고 있는 일리노겐입니다."
"아, 안녕하세요."
난 분명하게 내가 쓰던 언어를 이용했고, 상대와 분명 음성적으로는 다른 말을 하고 있지만 서로 의미는 신기하게도 통하고 있었다.
"딱히 드릴 설명은 없지만 항상 아이가 데려와서 제가 설명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궁금한게 있으면 언제든지 물어보러 오세요. 발 닿는 자갈돌길 끝이 제 집입니다."
"아.. 네.."
그렇게 그 집에서 간단한 설명? 을 듣고 나왔다. 밖으로 나오니 시원한 바람이 불었고, 하늘을 보니 해는 없었지만 밝았다. 묘했다. 해가 없는데 밝고 따스했다. 그렇게 밖으로 나와서 뭘 해야할지 생각을 정리하려고 한참을 있었던 것 같았지만 해는 지지 않았다. 당연한거지만 해가 없으니. 시간도 공간도 애매한 곳이었다. 공간을 얼마나 있나 싶어서 마을 한바퀴를 돌아보았다. 이런 실험정신은 대체 어디서 나오나 싶기도 하지만 문득 든 생각이 그것을 확인하고 싶었던 것 같았다. 내가 움직일 수 있는 거리. 마을을 한바퀴 돌았을 때 대략 한 시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지 않나 싶다. 물론 정확하진 않다. 시계가 없고, 해도 없으며, 배고픔이나 그런것도 없었다. 정체된 마을.
그렇게 한참을 앉아있었던 것 같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는 이제 모르겠다. 잠도 오지 않고 배도 고프지 않았다.
그리고,
그 아이가 날 발견한 곳에 누군가가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