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유리잔

글 49제 2014. 9. 18. 12:09

달그닥 달그닥...

평소와 다를 게 없이 식사를 하고 차 한 잔 마시려고 컵을 꺼낸다.

투명하고 예쁜 유리잔.

커피를 마실 땐 머그를 애용하지만

오늘은 좀 특별하니까 투명 유리잔에 홍차나 한 잔...

"현수야, 그렇게 까지 신경 안써도 된다니까."

"내가 좋아서 하는건데 뭐."

이렇게 꺼내서 보니까 슬프다.

함께한 세월만큼 얼룩이 지는 건 당연한 거고,

상처 받는 건 당연한 건데

투명한 유리컵일수록 눈에 띄는 것이다.

얼룩도, 흠집도.



"아야..."

"베였어?"

같이 산지 겨우 100일.

뭐 그런 날을 챙기냐 하지만 현수 녀석은 그런데 꼭 여자같은 성격이니까...

챙기는 것 보다 너 다치는 게 싫다 현수야.

"으응. 괜찮아. 조금 벤 것 뿐인걸."

조금 벤 것 가지고 그렇게 소리내고 얼굴빛이 좋지 않은데

넌 그렇게 쉽게 말하는군.

"그냥... 겨우 100일 같이 지낸 유리컵이 얼룩지고 흠집난 게 눈에 띄어서..."

"겨우 그런 것 때문에 멍 하게 있다가 컵을 깬거야?"

"겨우 그런 거 아닌걸. 우리랑 겨우 100일이었다고. 그런데 이렇게 더러워졌단 말이야. 나도..."

"무슨 말을 하려는 거지? 너랑 나랑 겨우 100일 된 유리컵에 빗대는 건가?"

겨우 100일. 그렇게 자주 사용한 것도 있겠고 밀크티 때문인 것도 있겠지만

많이 더러워졌다. 유리컵이...

겨우 그런 물건에 너와 내 사랑을 의심하는 거냐...



더러워 질 바엔 부서져버리겠어.


기억하냐... 니가 나한테 했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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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소프트 아이스크림처럼 부드러워지는 현수씨의 그분입니다.
이름 지어줄 예정 없다고 그전에도 썼지요 잇힝 - ㅂ-
이름따윈 필요하지 않습니다. 이름은 현수씨 하나로 충분해요 - _-;
성격이 점점..
얼음을 빙수로 간 것도 아닌 소프트 아이스크림이 되어가는군요... 현수의 그분...
아 몰라요 하여간 심심한데 잘됐어. 열심히 써주겠슴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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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세티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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