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속에서 자고있던 히로가 깬 듯 했다. 품속에서 부시럭 거리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모른척 눈을 감고 자는 척 했다. 어쩌면 자고 있다고 하는 게 맞을지도 모른다. 뭐랄까. 자고 있는데 깬 듯한 그런? 새벽녘엔 좀 빨리 깨는 편이다. 밤에 일찍자는 이유가 피곤해서 그런 것도 있고, 집에서 일찍자지 않으면 엄마한테 혼났으니까. 대신 엄마가 자는 새벽엔 뭐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혼날만한 무언가는 하지 않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
가위 눌린듯한, 저혈압이라면 흔히 겪는 정신은 멀쩡히 깨있지만 몸은 덜깬듯한 그런 느낌의 새벽녘. 품에서 빠져나가는 히로를 끌어안을까 하다가 움직이지 않는 몸이 말을 안들어서 그냥 내버려뒀다.
자리에서 일어나 커튼을 치는 소리가 들렸다. 작은 빛에 혹시나 내가 깰까봐 배려해주는 게 너무 귀엽다. 피식, 하고 웃는 소리도 들린다. 나를 쓰다듬는 느낌도 든다. 내가 좋은 거겠지? 좋아서 만지는 거겠지..?
눈이 아닌 전신의 감각으로만 무언가 다가와 쓰다듬고, 숨결이 가까워짐이 느껴졌다. 입술이 살포시 닿았다. 그리고 그 꽃잎은 금새 멀어졌다. 놀라서 멀어지는 느낌이 든다. 키스 해달라고 웅얼거려 보았지만 몸이 아직 말을 듣지 않았다. 멀어져서는 가까이 올 기미가 없다. 가까이 온다면 품속에 가두고 모닝 섹스라도 하고 싶은 마음인데 좀체 움직임이 없다. 놀란건가?
한참 멀어져 있다가 좀 진정이 되었는지, 다시 다가왔다. 자고있는 내 얼굴을 쓰다듬는다. 눈, 코, 볼을 쓰다듬고 입술을 다시 터치한다. 가위 눌린듯한 몸은 좀처럼 움직여지지 않았다. 두근거림이 나한테까지 들리는 것 같았다. 히로의 심장소리가 아니라 내 심장소리인가? 심장의 고동은 높아지고 귀 옆에 심장이 있는 거 같은 기분나쁨이 밀려왔다. 소화가 안되는 꽉막힌 느낌, 심장이 위장 옆에 있어서 그런건지, 단순한 소화불량인지 모를 압박감. 생각지도 못한 신음이 튀어올랐다. 놀라지 않았을까 걱정된다. 멈칫- 멀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잡아 끌어서 품속에 꼭 가두고 싶다.
멀어진다.
아직 자고 있는데도 절망감에 빠져 있는 힘껏 얼굴을 찡그려본다. 뭐라고 잔소리 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미간의 주름에 손이 닿는다. 뻣뻣한 몸은 그 손짓에 자유가 되었다. 그리고 그 손을 덥썩 잡았다. 그 손에 의해 마법이 풀린 것 같았다. 눈을 떴다.
"잘 잤어?"
싱긋 웃어 보였다. 기대했던 만큼의 놀람이 얼굴로 전해지고, 부끄러움에 도망갈 기세였다. 그 손을 잡아끌었다.
"어딜 도망가려고?"
균형을 잃고 이쪽으로 쓰러진다. 그걸 이용해서 끌어안고 키스를 퍼붓는다. 입술이 닿을 때 부터 혀가 닿고 싶어서 어쩔 줄 몰랐던 것을 지금 쏟아낸다. 입술과 입술이, 혀가 얽히면서 내는 마찰음, 침이 엉기며 내는 미끈한 소리가 귀를 자극한다. 끌어안고 몸을 부비적댄다. 뜨끈한 중심은 기다린 듯 고개를 들어 서로를 찔러댔다. 밀어내려고 필사적인 팔을 끌어안고 온몸으로 부비적댔다. 버럭 소리칠려고 하는 입안은 혀로 가득차서 아무말도 못하게 만들었다.
금새 녹아내려 향긋한 신음이 귀에 녹아들었다. 입김이 닿을 듯, 귓가를 속삭인다. 종종 기분좋을 때 귀를 핥아주는 게 너무 좋다. 언제부터 내 성감대가 귓불이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그걸 개발한 건 다른사람도 아니고 히로다.
"히로ㅡ"
배아랫쪽에서 뜨거운 눈물이 올라와 왈칵 울듯한 목소리로 불렀다. 어젯밤의 얽힘은 아침까지 계속되며 손을 잡았다.
무엇을 원하는 지 알고 있었다.
평소와는 다른날이었다. 어느 새 히로는 쑥쑥커서 내 키를 따라잡았다. 그리고 그 전엔 그리 욕심내지 않았는데 날 리드하고 자기가 하고싶다는 얘기를 꺼냈다. 그걸 받아들이고, 그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어젯밤에 처음, 날 히로에게 주었다. 버진이 아니라는 점이 좀 애석했지만 사귀면서 처음으로 그를 받아들였다. 아마 그래서 먼저 잠들고 늦게까지 아침잠에 빠졌고, 처음있었던 '그 일' 때문에 약간 가위에 눌린 듯 하다.
이제 괜찮다. 나에겐 마법사이자 해결사인 히로가 있고, 서로 사랑해서 하는 쌍방을 위한 섹스이니까ㅡ
내가 가르쳐준 자잘한 밤의 유희는 내 몸위에 펼쳐졌고, 그걸 받아들이는 일은 쉬웠다. 좋아한다는 표현이고, 사랑한다는 의미이다. 히로를 믿고 받아들이고 그걸 즐긴 첫번째 밤이었다. 그리고 그 의식은 아침까지 계속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