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인턴이었을 때 응급실에서 근무하다가 소아 청소년 외과 병동으로 올라와서 일하고 있었다. 출산 휴가를 받아서 애들 어느정도 키우고 다시 복귀한 지는 얼마 안되는 것 같았지만 첫 근무지인지까진 모르겠지만 거의 신규시절을 우리 병원에서 있었던 거 같다. 사정을 너무 잘 알고 있어서 부리기 편한 것도 사실 없잖아 있다.
"네. 근데 과장으로 온 건 아니구요."
과장발령이긴 했지만 내가 목적하는 바가 있어서 이야기를 먼저 했다. 부모님이 어떻게 볼지는 알고 있다. 남자가 남자를 좋아한다니. 많이 듣던 일이다. 내가 교환한 조건은 '병원'이었고, 그들이 원하는대로 병원을 운영하는데 불편함 없는 한 '외과의'파트를 내가 담당하기로 했다. 원하는 건 들어줬으니 내가 원하는 걸 들어줘야 하는 거 아니겠는가.
"한, 1년? 정도는 놀거에요."
싱긋 웃어보이며 간호사들의 소문꺼리를 던져줬다.
"아, 그 학생? 1인실에 있어요. 마에다 의원님네 아들.."
"마에다...?"
"네. 시의원인 마에다 타카노리씨의 아들이에요."
"아... 그래요?"
구급차로 내려서 입원수속까지 상황은 다 봤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그 아이의 정체는 알 수 없었다. 부모란 존재는 와서 서류작성도 제대로 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물론 법적의 문제를 거들먹거리며 본인을 불러도 될 일이겠지만 그러지 않았다. 서로 비지니스 관계로 본 적이 있는 것 같았다. 마에다...? 외동은 아니었던 것 같고 그 형은 본 듯 하다. 그쪽이 기대주겠지. 그리고 흔한 동네 양아치의 특징은 잘난집 둘째아들이나 셋째 막내 이런애들이지. 나도 마찬가지지만. 형님이 아들을 낳고 하지 않았다면 내 자리 옆에는 강제적으로 어떤 여자가 있겠지. 내과는 형이 담당하고 경영권 전체는 형의 것이다. 공예의 주최가 되는 쪽이라고 해야하나. 가죽지갑을 만들어 내는데에 있어서 가죽 그 자체라고 한다면 나는 바늘같은 존재다. 툴이고, 있어야 하지만 그리 중요하지 않은.
서로 그런 쓸모없는 부속물이니 복잡한 기분은 들지 않았다. 내꺼인데 못가지면 짜증난다.
"문제 없겠네요? 밤중에 바이탈은 괜찮았죠?"
환자 한 명만 본다는 말을 쉽게 이해한 듯 했다. 사실 내과에서 할 일이고 외과의는 수술만 하면 되는 일이다. 그리고 내가 수술하지 않아도 이 병원은 그리 큰 무리는 없다.
"네 혈압이며 안정적이에요. 선생님! 아직 자요!"
조용하게 외쳤다. 이야기를 듣는 중간에 자르고 1인실로 옮겨가는 뒷통수에 대고 소리치지만 듣지않고 문 앞에서 노크를 했다.
아직 안일어났을거라는 생각을 하고 문을 열었을 땐 이미 눈을 뜨고 있었다. 좀 아까웠다. 또 내꺼에 키스하고 싶었는데..
"잠은 잘 잤어요?"
갑자기 일어나려고 해서 달려가 강제로 눕혔다.
"앗, 일어나면 안돼!"
여기저기 부러진 상태고, 누워있질 않으면 곤란한데 말을 건내니 반사적으로 일어나는 듯 했다. 그래도 반겨주는 것 같아서 웃음이 나왔다. 이제 그의 눈은 나를 제대로 바라보고 내가 여기 왜 왔는지, 무슨 이유로 왔을지도 궁금해 하고 있었다. 그렇게 날 열심히 살피고 있었다. 괜시리 기분이 좋아서 미소가 지어졌다.
"마에다 히로키군이죠? 담당인 타치바나 슈에요. 몸은 좀 어때요? 많이 불편하죠?"
뭐라고 말을 하는 걸 듣고 싶었다. 그렇게 몰아부치듯 질문을 하는 게 아닌데.. 눕힌다고 몸을 만졌더니 좀 더 만지고 싶은 욕망이 일어났다.
"잠깐 실례할게요."
그럴 생각이 없었지만 혹여 일어나다가 다른 부분에 문제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 그의 몸이 만지고 싶기도 하고 몸이 보고 싶기도 해서... 키스하고 싶었다. 하얀 피부에 붉은 꽃잎을, 내 흔적을 잔뜩 남기고 싶다.
체온을 재려고 이마에 손을 얹으면 너무 돌팔이 같아 보일 것 같아서 주머니에서 체온계를 꺼내서 재고, 벌린김에 여기저기 체크해보고 싶었다. 얼만큼 반응할까. 나쁜 짓을 하고 싶지만 그의 흰 피부에 생긴 상처와 그리고 고정된 몸은 골절을 입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다. 심장 위에 청진기를 얹어 심장소리를 들었다. 진지한 척 하지만 사실 내 눈은 그의 유두에 시선이 갔다. 언제쯤 물어볼 수 있을까. 그의 유두를 입에 물었을 때도 이 심장은 이렇게 조용하게 천천히 움직일까. 얼마나 기분 좋은 소리로 울어줄지 생각하다가 흥분한 게 들켜버릴까봐 얼른 옷을 다시 입혀줬다. 혈압계로 혈압을 재고 전체적인 바이탈 체크를 마쳤다.
얼굴에 티내지 않으려고 무표정으로 일관했더니 소년의 표정에는 걱정이 묻어있었다.
"저... 상태가 많이 안 좋나요?"
진지하게 임해서 긴장한 것 같아서 싱긋 웃어보이며 말했다.
"음.. 간단하게 설명할게요."
알아듣기 쉽게 설명했다. 바이크에서 튕겨서 바닥에 낙하할 때 환자기준으로 오른쪽으로 떨어지는 바람에 오른쪽 대퇴골부터 어깨며 무릎 다리 전체적인 찰과상이며 얼굴부분의 상처나 흉터에 대한 차트를 보고 설명을 하다가 눈이 마주쳤다. 걱정스러운 표정을 좀 걷히게 하고 싶었다. 편안한 분위기를 유도하기 위해서 침대위에 걸터 앉았다. 물론 좀 더 가까이 가고 싶은 내 욕망도 있었다.
"마에다 군이.. 아, 마에다 군이라고 부르면 되죠?"
마에다 히로키. 히로키라고 부를 언젠가를 기대하며 성을 먼저 불렀다. 히로- 라고 부르게 될까?
"네"
호칭에 대한 면에 있어서 허락을 받고 다시 설명했다. 다시 표정이 어두워져서 말을 건냈다.
"심각한 건 아니니 금방 나을거에요. 걱정 말아요."
안심 시켜주고 싶었다. 나와 함께 있으면서 좀 더 편하게 있으면 된다고. 안심하는 표정을 지어서 긴장된 몸에 힘이 풀어졌다. 편안해지는 게 눈에 보였다. 그 긴장 풀린 몸이 귀여워보였다. 무의식적으로 풋 하고 웃어버렸다. 운동을 하는 애가 어디 문제가 생겨 더이상 운동 못할 것 같아 긴장하고 있다가 재활하면 괜찮다는 말을 들은 것 처럼... 왜 그렇게 긴장하고 있었을까. 마음에 부담을 좀 더 덜어주고 싶었다. 날 믿고 안심해도 된다고 머리도 쓰다듬고, 볼도 만지작 거리며 시선이 맞으니 키스 하고 싶었다. 말랑한 혀가 내 혀를 당기는, 입맛을 다시다가 들키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을 꺼냈다.
"그러고보니 마에다군, 아직 식사 못했죠?"
밥 얘기를 하니 배고프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팔도 못 쓰고 일어나지도 못하니까 내가 먹여줄게요"
밥 먹이면서 계속 입술 움직임을 볼 수 있는 게 기대됐다. 키스하고 싶은 입술이 밥을 먹으면서 움직일 입술, 혀. 침대의 각도를 조절하고 식탁을 올리고 아침식판을 갖고왔다.
당황한 표정도 귀여운데 밥을 챙겨 아~ 하라고 들이미니 이거 독인가? 먹어도 되는건가? 왜 챙겨 주는거지? 하는 표정을 지어서 먹으라고 강요했다.
"불편해도 좀 참아요. 다친 그쪽이 잘못한거니까."
넙죽넙죽 받아먹는 입술이 예뻐 보였다. 살짝 나와서 핥는 혀, 입술 다시는 표정을 들키진 않았겠지. 키스하고 싶다. 마지막 한 숟갈 까지 다 챙겨 먹이고는 뿌듯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좀 뻐근한데. 빨리 화장실 가서 정리해야 할 것 같은 느낌도 들지만 양치도 시켜줘야 할 것 같아서 식판만 가져다 놓고 양치도구를 갖고오니 뭘 더 하려고 온거야? 하는 표정이었다.
"식사 한 뒤에 양치 안해요?"
넌 밥을 먹었고 당연히 양치를 해야 한다는 말을 했다. 당연히 양치 하잖아?
바짝 가까이 앉아서 양칫물을 챙겨서 양치까지 시켜주고 뿌듯하게 병실 밖을 나왔다. 왼손으로 할 수 있다는 생각을 안해야 하는데. 내가 다 해주고 싶다. 특히 키스하고 싶다. 싫어하는 음식 같은 거 없나? 편식하면 놀려주고 싶은데.. 싫어하는 음식 강제로 키스해서 먹이고 싶다. 키스하고 싶다. 밤에 와서 꼭 키스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