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혼자서 침대에 들어간다. 차가운 침대는 이불과 함께 찬기운을 품고있다. 침대엔 항상 자기만을 위한 따뜻한 고양이, 혹은 난로가 있었다. 아무래도 이런 싸늘한 침대는 낯설었다. 들어서자마자 착찹함이 매달려 자신의 온기를 빼앗아간다. 그러고 한참을 누워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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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실패한 연인에 대한 생각. 그리고 두번째 자신이 버린 연인이 대한 생각. 그런 자신의 비극을 회상하며 손은 몸을 어루만진다.
처음 만났던 연인은 아직 어린 모습을 할 때 만났다. 작은 몸짓을 하고 있어도 충분한 어른이라고 생각했었다. 조카와 삼촌 사이에, 계속되는 삼각관계 속에서 두 사람의 사랑을 받고 있기 때문에 자신은 부족함이 없었다. 그래서 그 둘이 그렇게 힘들어 할꺼란 생각을 못했다. 육체적 관계를 가진 것은 조카쪽이었다. 둘이 침대에 있으면 삼촌 쪽에서 다가와 집에 왔는지 확인한다거나, 그랬었던 것 같았다. 너무 오래된 기억이라.. 자신은 고작 143cm의 키로 170이 넘는 조카쪽을 안는 게 평소 생활이었다. 입술이 매혹적이었고, 눈웃음이 아름다웠다. 아무래도 그런쪽에 약한듯했다. 삼촌쪽인 그도 아주 가끔 웃어주면 예뻤다.
이렇게 예쁜 얼굴이 떠오를 때 손의 움직임은 바빠진다. 그와의 스킨십이라면 기껏해야 키스정도? 아이를 대하듯 살포시 겹쳐지는 키스는 나를 충족시키지 못한다. 아이의 모습
이라 그렇게 하는 지 모르겠지만 화가났다. 그래서 아마 조카쪽을 겁탈하듯 안았던 것 같다. 하지만 그 아이는 날 싫어하지 않았고 오히려 좋아했고 주인으로 보았다. 그걸 이용한 건 나이고, 그 들이 힘들어해서 포기했다.
빠르게 움직이던 손은 그 아이가 만져주던 모습과 애써 안겨있던 그 얼굴이 스친다.
'으읏... 칼...'
기억 속에서의 아이, 아니 그의 모습은 에로틱했다. 작은 체구 위에 올라타고 내리 깔아보는 눈빛은 몽롱함과 눈물이 함께 떨어졌다.
몸은 그 아이와 섞고 있지만 진심이 통하는 건 그 쪽이었다. 그런 삼각관계가 잘 될리가 없는 거다. 당연한 일이다. 손으로 가슴께를 쓰다듬으며 목덜미에 머리를 품던 그의 모습을 떠올리며 가슴을 핥고 빨아올리던 그는 또 다른 사람이었다. 셋이서, 항상 셋이서. 그래서 그도 질투했고... 정말 무서운 이야기지만 진정 사랑했던 그의 이름은 떠오르지 않고, 침대속에서 속삭이던 그 아이의 이름은 기억한다. 사실은 사랑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두 번째 연인은.. 나의 꽃, 미안함에 눈물이 났다. 아직도 마음에 묻고 있지만 그런걸 알게 된다면 화를 내겠지. 그런 아이니까. 정말 말도 안되는 인연으로 만나서, 그렇게 사랑을 꽃피웠고, 아이도 낳고, 성장도 하게 될 줄이야.. 성장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는데 성장하러 왔을 때의 연구실 사람들의 눈빛이며 움직임이 아직도 생각난다. 작은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쏙 빼닮은 자신의 모습을 하고 있는 젠을 보면, 미안한 마음이 든다. 소피에 대한 이야기도 했었다. 어릴 때 부터 형제같이 친구같이 지내던 이가 있었고, 그 사람이 내 첫번째 사람이라고 이야기 했었다. 그리고 소피가 나타났다. 물론, 지금에 와서 소피가 연인이 되진 않았는데 그 아이는 소피가 엄청난 스트레스였던 모양이다. 내 제멋대로인 점과 여러가지 문제로 상처를 주었겠지. 그 삼각관계의 두 사람보다, 아무래도 오랜시간을 함께하며 부부로 있었던 탓인지 두 손이 너무 허무했다. 둘이 함께라서 손은 넷이었고, 내 꽃의 입이 내려오는 그런 일은 이제 더이상 없었다. 난 외롭게 침대에 혼자이고, 날 어루만져 주는 건 내 두 손 뿐이다. 그런 차가운 침대품에서 내 꽃을 추억하며 더러운 자위를 하고 있는 걸 알면.. 이제 내 꽃이 아닌 그 꽃은 화내겠지. 몸이 부서져라 얽히고 격렬한 섹스를 하기도 했고, 물어 뜯을 것 같은 애무도 했었다. 힘들어서 옴짝달싹 하기 싫을 때도 있었고, 억지로 몸 일으켜서 내 꽃의 몸을 닦아주고 씻겨주면서 또 하고 했던.. 그렇게 집에 감금하듯 매일 침대속에서 살면서 함께하고 그렇게 집착했었는데 그것도 이미 과거의 일이다.
자위는 허무하다. 어느 누구에게도 즐거움을 주지 않는다. 나의 꽃의 몸 안에서 사정하는 느낌은 하나도 들지 않지만 어찌됐든 그이자 그녀의 기억으로 사정했다. 그리고 나른함이 밀려왔다. 이제 그 꽃의 몸을 걱정해서 닦아주거나 씻겨주거나 하지 않아도 된다. 몸위에, 심장소리를 들을 몸도 없다. 난 철저하게 혼자다. 성장하고 난 뒤에 꽃이 내 몸에 기대 올라와 잘 때의 그 느낌.. 남의 품에서 따스함을 느꼈던 걸 즐겼던 작은 몸과 달리, 성장한 나는 내 꽃을 끌어안고 자는 생활이 일상이었다. 이제 내 심장위에 올라오는 머리도 없다.
혼자 앉아서 생각 해 보았다. 사랑이란 과연 어떤것인가 하고. 누님의 사랑의 정의는 [사랑은 심장을 움직이는 정신병]이라고 했다. 그래서 그 전에 "만나 봐야 알것같다."는 말을 한 것 같다. 생각하는 것만으로 심장 박동수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올라 간다고. 그건 단순한 발정 아닌가? AV나 야한 잡지를 볼때도 자신의 마음과는 달리 심박수는 상승하게 된다. 그럼 사랑은 발정인가? 그럼 플라토닉 러브란 말은 모순 되지 않는가. 아무리 상대가 사랑스러워도 할 수 있는 상대와 할 수 없는 상대로 나누어진다. 뭐 그렇다고 해도 하는 사람은 다 하지만 동성끼리 한다는 자체가 이해할 수 없다. 성행위란 말 그대로 2세 출산을 위해 있는 것이다. 동성끼리 하는 그런 비 생산적인 행위는 나로선 납득할 수 없다.
------------------------ 뇌경련 일으킬 정도로 딱딱한 머리를 가진 칼군입니다. = ㅂ=; 밝힘증 주제에... 흥 - ㅂ-
오랜만에 들린 모임자리. 찾아가는 것도 쉽지 않지만 모이는 것도 쉽지 않은 우리 모임은 그냥 소꿉놀이 친구들 모임이다. 특별할 건 없지만, 다른 사람들이 보면 특별할지도 모른다. 국적은 다르지만 우리는 어릴적 친구라고 주장한다. 사실 아니지만. 하여간 그런 모임에서 둘째 가면 서러울 친구 유진이의 남동생인 유림이가 갑자기 조용이 꺼낸 말이다. 대체 누굴 좋아한다는 거야?
"사람이 여러가지 좋아할 수 있지. 나만 봐도... 별이 두고 여자들 많이 사랑하고 다니잖아? 그런데 우리 이쁘고 착한 유림이는 뭘 좋아하길레 그렇게 힘들어 할까나~?"
"어린애 다루듯 하지마. 나 심각해."
"허~"
평소엔 더 귀엽게 앙탈 부리던 녀석이 진지하게 나오면 그것도 쉽지 않은 상대다. 그도 그렇지만 방금 말한 건 고백이지 않는가. 에휴~ 누굴 좋아하길레 저렇게 심각한건지... 혹시... 나?
"림아, 누가 그렇게 좋은거야? 사람이 사람 좋아하는 데 안될 게 뭐 있어? 괜찮아. 이 마음 너른 언니에게 다 불어 봐."
"누나, 나 안개 좋아해. 그것도 이성적으로."
안경 넘어로 꽂혀오는 눈빛은 장난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진지한 은회색 눈빛은 내 얼굴을 직격했고, 그 진지한 얼굴과 눈빛 덕분에 혈압 상승 효과로 내가 고백 받은 것 같이 심장이 쿵쾅쿵쾅 뛰고 있었다.
"안개?! 지금 안개라 했어?! 그거 내 동생 강안개 밥통 멍충이 말하는 거 맞지? 허~ 어찌 좋아할 사람이 없어서 안개를 좋아해? 아니 그건 그렇고... 이성적으론 뭐야? 너네 둘은 동성이야. 좋아하는 건 이해하고 사랑한다고 해도 상관은 없지만 우정과 사랑이 혼동된 건 아니고? 지금껏 친구로 지내 왔잖아? 그리고 왜 왜 왜!!! 이 재미있는 일이 내가 일본 가기 전에 이렇게 바쁠 때 일어나냐고오오오!!!!"
약간 짐작은 하고 있었고, 그 전에도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유진이랑 나랑은 취향이 독특해서? 아니 그것보단 반 장난 식으로 별이랑 유림이를 붙여놓고 -참고로 둘다 남자...- 이런 저런 포즈 요구라던지 그러한 장난을 심상치 않게 했다. 별이 같은 경우야 뭐, 내가 뭐라 할 수 없을 정도로 날 사랑하고있고 - 우훗~ - 유림이는 자기 입으로 이런거 좋아한다고 했다. 그럼 그 말이 그 말이었어? 에휴~ 쉽지 않은 길을 간다... 혜민이는 어쩌고...
"누나가 좋아하는 건 알고 있었긴 한데... 어차피 상담할 사람도 누나밖에 없어. 전화걸거나 찾아가면 되지. 일본이 뭐 멀다고... 누나 나 돈 잘벌잖아?"
"너 돈 집에서 썩어날 정도로 있는 데 또 벌어?"
"아, 그러고 보니 또 일하기로 했어! 이번에 또 좋은 일이 있더라구~ 후후~"
"설마... 도망가는 건 아니겠지? 나 안개 투정 받기 싫은데..."
"누나... 이건 어떻게 보면... 누나가 잘못한 거야... 나한테 왜 그런 장난을 쳐서는~"
"아 됐어~ 그래 그래~ 내가 다 상담 받을 테니까, 일단은 나 바뻐. 집에 갈래. 이녀석... 오랜만에 놀러왔더니 요딴 소리나 하고 콱!"
동성물을 이해하고 좋아하는 건 나랑 유진이 정도고 슬아는 이해하는 정도고 즐기진 않는다. 그 외의 애들은 이해만 할 뿐 그 이상은 싫다는 주의이다. 최근에 일 잡혔다고 잠수 타는 유진이 덕분에 둘의 모든 상담은 나에게 돌아왔다.
며칠 후. 안개에게 연락이 왔다. 고백 받은 것 때문에 고민하고 있는데 유림이는 잠수타서년 연락두절이라고.
"뭐가 사랑이고 뭐가 우정일까? 어떤게 사랑이고 어떤게 우정이지? 내 감정을 구분 못하겠는데 유림이는 갑자기 고백이나 하고. 그러면서 얘기 좀 할려니까 일한다고 연락도 안되. 쉽게 구분하는 법 없어?"
전화 통화를 하면서도 평소에 말도 많지 않은 안개 치고는 꽤 긴 말을 내뱉았다. 그러면서 유림이에게 느끼는 이 감정이 특별한 것인지 나에게 묻고 있었다. 뭐라고 구분 해야 좋을까? 나도 한때는 우정과 사랑을 구분 하지 못하긴 했지만, 별이와 유진이에 대해서 생각하면 분명하게 구분이 가는데... 어떤 방법이 좋을까...
"안개야, 음... 일단 유림이랑 혜민이가 같이 있는 거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둘이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하고 이런 저런일을 한다고 생각해봐. 내가 무슨 말을 하는 지 알겠지? 걔네 둘이 침대에서 뒹굴고 노는 걸 생각해보면, 어떻다고 생각해? 별 생각 안들어?"
좀 그렇다고 생각 하지만 가장 확실한 방법이 아닐까 싶다. 안그런가?
"음... 나한테 고백한 유림이가 혜민이랑? 마음에도 없는 여자를 품는 거야? 교육 좀 받아야 겠네. 좋아하는 사이도 아닌데 여자한테 그러는 거 아니잖아!"
이 딱딱한 머리의 안개는 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여자란 점에서 문제가 있었나? 그럼 다른 사람은...
"그럼, 내가 평소에 별이랑 장난 치게 하고 그랬잖아? 그건 어때? 응?"
"아무리 봐도 유림이가 싫은데? 어떻게 형한테 그럴 수 있는거야?!"
아... 또 상대를 잘못 골랐네. 사실 안개의 첫사랑은 별이다. 그런 상대랑 이으니 상상할 수 없는 관계이지 않는가? 유림이와의 관계를 밝히는 미래적 사안보단 별이와의 과거는 누가 뭐래도 부정할 수 없는 일이니까. 정확하지 않은 정보에 정확한 정보가 싸우면 당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