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엘프의 활 설정은 이영도님의 작품 '드래곤라자' 시리즈에서 차용했습니다. 그게뭐냐? 라고 물으시면 전 할말이 없네요.. 저 이거 때문에 안녕전화 시작한 여자라서..
2. 유랑광대라고 쓰고 에드가의 연인 이라 읽는 걸 보고 사냥꾼의 아내, 코우의 부인 을 기대하며 썼어요. 하지만 코우의 과거사를 적고 보니 음흠 ' ~' 멋진 남자라면 엘프도 반할만 한 거 아닌가요?
3. 정작 3이라 써놓고 적을 설정이 없다!!! 일단 써내려 갑니다. 영감님은 그 공연 볼 때 오셨는데 제 손과 뇌가 어떻게 써내려갈진 저도 모르는 현실이라 ㅇ<-<
4. 엘프가 부르는 노래는 이상균님의 작품 '하얀 로냐프 강'에서 차용했습니다. 쵸큼 다를 수 있어요. 저 원래 가사를 못외우는데 외우는 부분이라서.. 다를 수 있음 ㅋㅋ 검색해서 복붙이 아니라 제가 쓴거임 ㅠㅠ
"코우, 이 활은 특별한 것 같네요. 색깔도 오묘하고. 이런 붉은빛의 실은 어디서 구했나요?"
"아.. 그 활은.."
동부 삼림쪽에 무사수행을 갔었을 때였지.
그땐 나도 지금처럼 당기면 딱 잡을 만한 사냥꾼이 아니라 애송이었지.
가만히 앉아있는 토끼 한마리 조차 잡기 힘들었다.
"어머, 이거 놀라운데. 그대는 내 모습이 보이는 건가?"
화살도 다써서 없었고 갖고 있던 단검도 던지고 돌아갈 길이 막막하던 차에,
소문으로만 듣던 엘프를 만났다.
아.. 정말 아름답더군. 그래도 그대보다 지금 내 눈에 그대보다 아름다운 사람은 없다.
멈칫거리고 있는 와중에 무기하나 없는 날 경계하고 있더군.
"인간, 돌아가라. 여긴 너같은 존재가 있을 곳이 아니다."
"아.. 아니.. 여기서 어떻게.."
"그건..."
순간의 눈빛에 상냥함이 묻어있었다.
엘프와 인간. 그 두 관계는 친할래야 친할 수 없는 관계였다.
"그 활은 어디서 난거지?"
"이건..! 아버지가 유품으로 남겨 준.."
"너, 이름이 뭐지?"
"코우.. 코우 리다"
"코우? 리? 저기 인간들이 모여사는 엠브리오 왕국의 사람이 아닌가?"
의심의 눈초리와 의아한 듯이 보고 물었다.
"엠브리오 사람은 맞지만 아버지는 타국에서 온 걸로 알고있다."
아까보다 경계심이 낮아져서 나에게 다가왔다.
"혹시.. 너.."
약간 떨리는 음성과 그리움이 담겨 있었다.
"레이의.. 아들이냐?"
"아버지 성함이 그렇다만.."
갑자기 눈이 커지고 후다닥 달려들었다.
"레이의!! 레이!"
갑자기 와락 안겨와서 놀라서 뒤로 나자빠졌지만 다행이 그녀는 상처가 없어 보였다.
"으으.. 나는 아버지가 아니고 아버지의 아들이다. 좀 내려오지 그래?"
"응? 이 얼굴 생김도.. 눈매도.. 따스한 눈빛도 레이를 닮았다. 그래서 레이는 어디있지?"
"이미 돌아가신지 10년이 지났다."
"아.. 역시 인간은... 마지막으로 레이를 본 게..."
"응?"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었다. 엘프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아버지와 그걸 못마땅해 하시던 어머니.
엠브리오에 정착하기 위해서 엠브리오 국의 여자와 결혼해야 했던 아버지는
걔중에 자신을 좋아해주는 레스토랑 아르바이트 아가씨와 결혼을 했고,
아버지가 잡아온 고기를 조리해서 파는 작은 가게를 하게 되었다.
그래도 아버지는 자주 성밖에서 지냈으며, 거기에 한 번 따라가게 된 적도 있었다.
"그 꼬맹이가 너인가?"
"응.. 기억하고 있군"
"망각이란 인간에게만 주어진 특혜다. 엘프에겐 그런 장점은 없지."
그리워하는 표정이 어렴풋이 지나가고 지금 있는 자세를 생각하며 움직이는 찰라,
"많이 닮았군. 입매무새라거나"
볼을 타고 흐르는 손길에서 낯선 느낌이 들었다.
"그.. 일단 여기서 내려오지 그래?"
"곤란한가? 그리 무겁지 않은데"
일어나서 툭툭털며 나무 곁에 기대었다.
손을 잡아줄까 싶어 쳐다봤지만 그런 리액션은 없었다.
"뭔가? 뭐 아직 용건이 남았나?"
"다음에 나와도, 여기에 있는건가?"
"아마도. 철을 갖고 있지 않다면 만날 수 있을것이다"
스치는 바람에 흐릿한 미소가 보이며 나뭇잎과 함께 사라졌다.
"다음에 또오지."
빈 손으로 집으로 돌아가다 많이 위험하긴 했지만 어찌어찌 되돌아갔다.
다시 간 게 얼마나 지나서였을까?
몇번이고 찾아갔지만 없었던 적이 많았던 것 같았다.
"코우~"
바람에 나뭇잎 쓸리는 소리와 흐릿하게 들리는 그녀의 목소리.
"안녕 오랜만이야"
노을빛 머리칼을 흩날리며 나뭇잎바람과 함께 찾아왔다.
"응 오랜만이야"
그렇게 몇시간이 흘렀을까. 사뭇 추위가 느껴져 일어나보니 이미 해는 저물어가고 그녀는 없었다.
그리고 다시,
한참만에 찾아갔을 땐,
그냥 초록빛 노래내음이 흘러나올 뿐이었다.
울고있나요
무엇이 그리도 서러운가요
그대여 삶은 눈물만이 아니랍니다
삶은 초록빛 처연한 초록빛
붙잡으려 하는 사람에겐 모습도 보이지 않는답니다.
더이상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사냥꾼일을 하면서 여러모로 그녀와 만날 수 없었던 게 아닐까.
사람의 피는 아니지만 생명을 앗아가는 일을 하면서
순수한 그녀와의 만남은 더이상 기대할 수 없었다.
항상 그녀가 서있던 자리에 활 하나가 놓여있었다.
그녀를 닮은 노을빛 활시위에 나무로 만든 그녀를 닮은 활이었다.
가끔씩 붉은 빛 노을에 기대서 보는 이가 있는 거 같더군. 그게 그녀인건지 내 눈이 만들어낸 환상인건지는..
지금은 중요치 않겠지. 카놀라, 그대가 내 곁에 있는 지금은 말이야.
제가 집중(!) 하기 위해,
코우(CV. 나카무라 유이치)
엘프(CV. 엔도 아야)
아버지(CV. 코니시 카츠유키)
...........이상 마크로스 프론티어에서 훔쳐 왔습니다.
아.. 저.. 이거 쓰다가 생각 났어요. 전... 로맨스보단 에로를 쓰던 여자였네요 ㅇ<-< 아놔 로맨스는 어떻게 쓰는거야?
(래픽님 대다나다... 내 감성으로는 도저히 로맨스는 못씀요.. 으헝허헝 ㅠㅠㅠ)
엘프랑 엮었지만 엘프는.. 업보가 높으면 볼 수 없어요 ' ㅂ' 으헤헤
그래서 코우는 더이상 엘프를 볼 수 없었답니다 ㅋㅋㅋㅋ
사실 마지막 멘트를 먼저 적어놓고 중간을 채우는 중이라(글을 개엉망으로 쓰는 이사람.. 순서따윈 중요치않아 영감님이 오셨을 때 먼저 쓰는거지! 영감님은!!! 할머니가 데려가니까 ㅠㅠㅠ 영감님 ㅠㅠㅠㅠ) 연결이 참 ' ㅂ' 안매끄럽네요..(밀반죽이라도 잘 뗘서 붙이면 호떡도 티 안나는데.. 으앜 내 글은 뗌질한 티가 너무 잘남 으힛)
이제 출근 준비로 잠을 자러 갈꺼니까 대충 막 연결시켜놓고 가는 거 맞습니다. 사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쓰기 시작해서(8시...?) 목욕갔다가(가면서 로냐프강 노래를 넣어야 겠다! 생각함 그 외엔 암생각 안함) 집에와서 앉았는데
재색을 겸비한 그녀였지만 30년이 흐른 지금에서는 그저 퇴색한 뒷방 늙은이로 밖에 보이지 않을지도 모른다.
"어머니! 아니.. 왕비님.."
"미카엘, 그렇게 부르면 섭섭합니다. 아무리 생모가 아니라지만 그래도 제가 왕자의 어미되는 몸 아니겠습니까?"
"아.. 네.. 어마마마.."
"멀게 느껴지십니다. 가까이 하시지요"
"아.. 네.."
그가 태어난 건 경사스러운 일이었다.
신의 재앙과도 같았던 마계전쟁이 마무리 되고
아서와 다리아 사이의 아들이자 제 1왕위계승자였던 가브리엘은 마왕의 부하에 의해 가장 먼저 살해당했다.
그 비보를 들었을 때의 다리아의 심정은 아들을 잃어본 사람이 아니라면 모를 일이었다.
"저기.. 어마마마?"
"편하게 어머니라고 부르세요"
왕자의 죽음과 동시에 시작된 전쟁은 왕자의 탄생과 함께 막을 내렸다.
미카엘이 태어났을 땐 이미 다리아는 아이를 낳지 못하는 폐경기에 접어들었다.
미모는 여전하지만 여성에게 있어서 아이를 낳지 못하는 시기란 그런것이었다.
무능력ㅡ
여왕이 하는 그 첫번째 일은 후계의 일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녀가 낳지못하는 건 아니었다.
가브리엘을 먼저 보냈을 때의 그 심경과, 낳지 못하는 그 시점에서 이미 왜곡된 슬픔이 찾아왔다.
광대를 불러서 우울함을 달래던 것도 잠시,
그의 오라비이자 대신인 콘라드의 말마따나 후계자는 필요한 것이었고, 그녀의 심격따윈 중요치 않았다.
그리고 들어오게 된 귀비, 멜리사.
조카지만 아서의 옆자리에 앉은 것만으로 불만이었다.
나만의 자리에서 이제 나눠야 한다.
어리고 예쁘고 매력적이다. 그건 그녀가 봐도 마찬가지지만 하지만 내껄 나눠주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었다.
"어머니? 바쁘시면 나중에 찾아뵙겠습니다."
"티타임이 너무 지루했나요? 광대라도 부를 껄 그랬나요, 미카엘"
"아.. 그럼 재밌는 이야기 하나 해드릴게요. 생일때마다 나가서 만나는 아이가 있는데..."
그렇게 시작한 미카엘의 왕궁 밖에서 만난 여자아이 이야기는 매 해 다른 곳 다른 이야기로 가득했다.
왕자시절의 아서를 만났을 때의 이야기.
그런 빛바랜 추억의 서랍을 꺼내 보는 즐거움ㅡ
멜리사가 미운 것도 미카엘이 미운것도 아니었다.
퇴색한 건 자신이고, 그리고 자식에 대한 애정과 슬픔은 이미 결착되어 떨어지지 않았다.
"... 그래서 그 아이를 만나면 기쁘세요?"
"네. 귀엽고 뭔가 엉뚱하기도 하고.."
"다른이들에게도 소개할만큼의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네? 아.. 네.. 알겠습니다. 저는.. 제왕학 수업이 있어서 가보겠습니다."
"그래요."
저녁무렵 귀비의 방,
미카엘은 레오나드의 전쟁의 역사가 끝나자 마자 후다닥 귀비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지난 생일에 있었던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엄마 그래서 있잖아 그 돌멩이 같은 게 보석이라는 거야 아니 돌멩이로 밖에 안보이는데 무슨 보석이냐? 그랬더니 원석이라서 그렇다잖아. 그래서 하나 사와봤어. 가공된 보석은 많이 있지만 원석은 없잖아"
약간 반짝이는 돌멩이를 건내며 싱긋거렸다. 왕성 밖에서 만난 소녀와의 만남을 생각하면서. 마틴한테 걸려서 왕자님이란 소리를 그 소녀가 듣게 되었으면 어떤 표정을 지었을까? 왕자라는 걸 알면 좋아할까? 싫어하진 않겠지?
"미카엘은 아직 원석이네. 이 원석은 미카엘을 닮은 것 같네. 그리고 그 소녀한테는 뭘 선물했니?"
"선물요? 아.."
아차 싶었다. 엄마껀 골라놓고 자기껀 안사주는게 마마보이로 보이진 않았을까? 1년에 한 번 밖에 못만나는데 이렇게 비호감짓을 하다니.. 시장이나 식당에 가서 뭐 하나 제대로 해준 게 없는 것 같고. 매번 말로도 틱틱 거린 거 같은데.. 그 아인 날 좋아하는 걸까? 아니 좋아하니까 매번 약속을 하고 1년에 한 번이지만 만나주는 거겠지?
"그런 원석시장에 데려가서는 선물 하날 안줬단 말이니?"
"역시 선물 하나 정도는 줘야 되는 거겠죠?"
"엄마 생각하면서 이건 사오고 그 소녀에게는 아무것도 안주면 입장이 뭐가 되니?"
"아.. 역시 그런가요... 거기까진 생각 못했네요."
머리를 긁적이며 다시 뭘 해줄까 고민도 하기 전에 보석함에서 무언갈 하나 꺼내 시녀에게 건냈다.
"자, 엠마 이거 상자에 예쁘게 포장해줘요"
"네 귀비님"
"뭐에요?"
"예쁜 빗. 수확제때 댄스파티에서 빗을 주잖니. 매력적인 아이에게 빗을 주는 건 상식이지"
"수확제때는.. 그 소녀가 볼까봐 도망다니느라.."
"한 번쯤은 만나도 되지 않을까? 근데 어느집 여식이니? 예쁘니?"
"네 예뻐요! 아니.. 그러니까.. 어머니만큼 매력적인 건 아니지만.. 그 나름의 귀여움이 있어요."
"엄마 안띄워줘도 되. 니눈에 예쁘면 되는거잖아. 안그렇니?"
"네! 히히 다음 2월이 너무 기다려져요."
"그래 다음번에 만나면 이걸 선물하렴."
"고마워요 엄마. 이제 주무실 시간이니 가볼게요"
가볍게 인사키스를 하고 방으로 돌아갔다.
잡설을 덧붙이자면
첫째가 가브리엘, 둘째가 라파엘, 셋째가 미카엘입니다.
왜냐 ' ㅂ'? 가나다순<야
일곱명의 아들이 낫나요? ㅋㅋㅋㅋ
미카엘 가브리엘 라파엘 우리엘 라구엘 사라카엘 레미엘? 그럼 가나다순이면...
가브리엘 라구엘 라파엘 레미엘 미카엘 사라카엘 우리엘 이렇게? ㅋㅋ
그리고 미카엘의 쌍둥이는 루시펠도 있습니다. 걔는 뭐.. 마왕한테 끌려가서 마왕자라는 설정...
은 제 설정입니다.(순전히 ㅋ)
멜리사는 그렇게 쌍둥이 아들을 낳고 하나는 생이별읠 했다는 설정이 있지요(그러니까 순수 제설정..)
그리고, 원래 프린세스 메이커 for kakao 공식카페에 게재된 걸 그대로 갖고 온 겁니다.
제가 쓴거니까 뭐라 하지 마세요 = ㅅ=;
허리춤까지 기른 푸른 머리칼을 대충 질끈 묶은 전쟁의 신,
언제나처럼 건방지고 당당하게 마왕의 집무실의 문을 발로 뻥 차서 들어온다.
"야! 이거 햇! 뭐야! 내가 들어온 것 자체가 떨떠름 한 것 같은데?"
알 수 없는 서류 뭉탱이를 반듯한 머리에 집어 던지듯이 내려놓는다.
빠른행동은 좋아하지만 이런 구질구질한 서류작업은 누구보다 싫어하는 걸 아는 그였다.
그렇다고 해서 그 할아범을 설득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문서화는 필수였기에 할 수 밖에 없었던 일이며,
전략, 그리고 진행형태나 그 모든것이 완벽하긴 하지만 그런것조차 좋아서 하는 일은 아니었다.
단지, '움직이기 위한 한가지의 형태'일 뿐이다.
"오셨습니까, 피시즈님"
마왕이지만 신 앞에선 일개 '마왕'일 뿐이다.
상하관계가 철저한 신계와 마계의 관계에선 자신은 낮은자이며 이용되는 자이기도 하다.
다른이보다 그나마 피시즈가 체계적이고 전투적으로 정확한 서류에 감탄할 뿐이다.
누군지 밝힐 수 없지만 그 꼬맹이 쌍둥이가 와서 그림일기를 던져놓고 깽깽거리다 가는 것 보단 나았다.
"지금 인간들이 너무 정신없고 혼란스럽고 문란하고 더러워. 그러니까 싹 청소좀 해놔"
짜증섞인 말투로 잘생긴 얼굴을 찌푸린다.
지금 인간계는 혼란스럽다. 왕의 승계문제, 왕이 왕 다운 모습을 보이지 않는등.. 지도자가 불투명한 사회에선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알겠습니다. 이대로만 하면 되겠습니까?"
"응 나 간다"
말은 던져놓고 가지만 '마왕'의 위치에서 어떻게 인간계를 공략할것인가에 대한 정확한 대처방안을 써놓고 그리고 마지막까지 정해놓았다.
"하아..."
열폭의 대마왕인 자신에게 이런 정형화된 일을 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자기 '성질'대로 하면 되는 일이다. 정말 신이란 존재는 우리를 움직이기 위해서 만들어진 존재지만 이렇게까지 마음껏 하게 만드는 것도 없을것이다.
"용사 만들기 프로젝트!][" 아마도 작은 두 신의 낙서로 밖에 안보이지만 내용물은 그의 것이었다.
찬찬히 훑어보는 중에 뒤에서 서늘한 느낌이 들어 돌아본다.
"뭔가?"
마계의 왕자-마왕과는 혈연관계 없음-는 옆에서 보다가 이게 뭔가 싶어서 손에서 빼앗아 먼저 서류를 훑어본다.
"맘껏 뛰놀아라?"
"준비를 하도록 하지. 너는 대기토록"
자리에서 일어나 지시를 하고 준비에 나선다.
"내가 왜 너따위의 지시를 들어야 하지?"
마계 내에서의 기본은 '하극상'이며, 강한자가 승자이며, 그리고 명령을 들을 필요성이 없다.
물론 신탁이 내려지게 되면 얘기는 달라지지만 그걸 고분고분하게 듣고있는 건 그 '신'에게 어떤 '혜택'을 받고 있는 자 밖에 없었다.
"...."
할 말이 없어서 넌지시 쳐다만본다.
"방해나 되지말고"
자신의 캐릭터를 잘 살려서 '마왕'이란 분위기를 잘 만들어 주는 게 자신에게 가장 큰 일이다.
혼란된 인간계를 정돈하기 위한 지시라는 것을 알고있다. 자신은 해야할 일이지만 다른이들은 이게 대체 뭘하자는 건가? 라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렇다. 자신이 마왕이 된 것은 신에게 선택된 일이며, 그 일로 인해 마왕인 것이지 자신이 누구보다 강하기 때문에 용사가 된 것은 아니다.
"흐음..."
서류를 뒤적이던 검은 손길이 그림을 지긋이 보더니 입을 열었다.
"큭 귀엽군. 그런데, 정말 이런 애송이를 용사로 만들건가?"
"지시된 일이니 해야지. 이번일에 관심 없지 않았나?"
"일에는 관심이 없지만, 이 꼬맹이한테는 관심이 가는군."
들어왔을 때 처럼 조용히 사라졌다.
"흐음... 저 놈이 이번 일의 주인공이라..."
박쥐날개 같은 날개를 파닥거리지만 사실 마력으로 부유중인 것이며 날개는 장식에 불과했다.
멀리서 보고있지만 특별한 점은 없었다. 용사(준비생)은 흔한 꼬맹이에 불과해보였다.
"귀족인가? 교육 잘 받고 있는군. 근데 저건 너무.."
여러가지 의미로 이건 뭘까? 하는 호기심에 계속 보게된다.
흔하디 흔한 볏짚같은 머리칼은 뻣뻣해 보이지만 그래도 뭔가 귀티나보였다.
"먼저 알려주면, 좀 더 열심히 하려나?"
그에게 다가서려 하자 가까이 갈 수 없는 묘한 느낌이 들었다.
"이상하군."
가까이 갈 수 없기에 말도 붙일 수 없었고 저쪽은 자신을 볼 수 없었다.
몇번이고 앞에서 얼쩡거려보고 관심을 갖게 하려고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주변 사람들은 놀라 나자빠지지만 정작 용사놈은 자신이 보이지 않는 듯 했다.
".... 이것도 신들의 계략인가..."
꼬시려고 해도 마족이 보이지 않는 그런 커버를 쳐놓은 건가.
일방적인 시선, 자신을 보지 못하는 상대.
어느 새 훌쩍 성장해서 꼬맹이는 어른이 되었고, 운명된 일은 일어났다.
사람에게 있어서 긴 세월이겠지만 마족에게 있어서는 순간 이었다.
계속 관심이 갔지만 저 쪽은 자신을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제 드디어 그가 날 볼 수 있다!
마계전쟁으로 인해 혼란된 인간계는 더 엉망이 되었고
시나리오 대로 마왕을 무찌른 용사는 왕국의 영웅이 되었지만 그저 평범하게 살고 있었다.
"평민이라니.. 아니 이정도로 해놨으면 대공작위 정도는 줘야 하는 거 아닌가?"
꾀죄죄 하게 사는 게 넓은 영지도, 커다란 저택도 없었다.
뒷동산의 그냥 작은 오두막 같은 곳에서 혼자 살겠다고 나간것도 기가 막히지만 결혼도 하지 않고 홀애비냄새 풀풀 풍기고 있는 저놈도 웃겼다.
"청소랑 빨래는 제대로 하는건지.. 더러워 죽겠군"
창틀에 쌓인 먼지를 손가락으로 스윽 닦아 훅- 불었더니 먼지가 흩어진다.
"넌 누구지?"
놀랐다. 보이는 건가? 지금껏 안보이다가 왜 보이는 거지?
용사는 투명한 눈으로 날 쳐다본다. 내 집에 침입자다 라는 눈빛보다는 따스한 느낌이다.
"내가.. 보이는 건가?"
"보이니까 말 건거 아닌가? 생긴걸 보니.. 마족인가?"
머뭇거리다가 고개를 끄덕 거렸다.
"어른이 말 할때는 끄덕이는 게 아니라 네 라고 대답하는 거란다"
"어른은 개뿔.. 얼마전까지 옆집 계집애 치마나 들썩이고 다닌 놈이.."
"이놈! 어디서 그런 걸 배웠어? 갈곳이 없는거냐?"
크고 두터워진 손이 머리를 쓰다듬는다.
"어? 아니.. 그런 건.. 아니지만.."
"작은집을 달라고 해도 이렇게 큰 집을 내려줘서 잘됐다. 혼자 외로웠는데."
"....외로웠어?"
"응 많이. 용사가 됐는데 친했던 여자애들은 다들 귀족가문에 세컨드로 가고.. 용사지만 작위도 없고 가진것도 없다보니 결혼도 못했네. 지금껏 뭘했는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놀고 먹을 수 있는 건 좋은 일인 것 같다만"
"내가 같이 있어줄까?"
"그럼 고맙지"
두터운 손. 칼로 인해 알알이 굳은 살이 박힌 그 손으로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있다.
"뭐라고 부르지? 주인님?"
고양이처럼 따뜻한 곳을 찾아 품에 안기듯 부비적 거렸다.
"뭐.. 그렇네 용사님 보단 주인님이 낫겠다"
밀어낼 줄 알았는데... 머리만 쓰다듬어 주던 손이 등을 토닥여줬다. 이놈도 많이 외로웠나보다.
"근데 너 청소 잘하냐? 빨래는? 요리는?"
그 이후로 기억이 없다. 품에 안기고 안도감에 잠이 들었던 것 같았다.
혼자 사는 집에는 침대가 하나 뿐이었는지 자고 일어났더니 의자에서 용사놈은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야"
불러도 잘 자고 있어서 의자를 발로찼다.
"응?"
"아.. 아니 주인님"
"깼어?"
생긋 웃어준다. 기분이 좋아진다.
"어 근데 왜 거기서 졸고 있냐? 침대에서 안자고"
"침대 하나 더 살때까지 거기서 자 난 바닥에 자는 것도 익숙하니까"
집을 둘러보니 침대와 간의 테이블과 간이 의자 외엔 가구가 보이지 않는다.
"....침대 언제 사는데?"
"음... 10월달?"
"아직 2월인데.. 돈은 매해 10월에 받는거냐?"
"어.. 응 근데 다쓰고 없네"
"가계부 좀 보자"
"가계부? 그런거 없는데"
눈을 똥그랗게 뜨고 그게 뭔가 하는 표정이다. 가계부도 안쓰고 막 살고 있었단 말이냐?
"뭐라고! 아니 일단 내가 있는... 아니 침대는 같이 쓰고"
"아니 침대 같이 쓰면 잠을 편하게 못자잖아 난 바닥에 자도 된다니까"
계속 눈을 돌리면서 변명을 하는 게 썩 편하진 않았다.
"뭐하는 데 돈 다썼냐?"
노골적으로 물어봤다. 대체 어디 쓴건데 10월에 받은 돈이 2월인데 벌써 없는거야?
"어...? 기부..? 아니 동네 성당에 전쟁고아가 너무 많아서 걔네들 돈 다주고 나니까 없더라고.."
"그래서 너 굶어 죽을 꺼 생각 않고 성당에다가 다 갖다줬다?"
"아니 뭐.. 그런 건 아니고.. 나는 동부만 가도 먹을 게 널렸으니까.."
짜증스러운 투로 툭툭 내 뱉는게 맘에 안들었는지, 뭐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침대가까이로 와서 다시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있다.
"배고파서 그런거냐? 우유나 치즈는 조금 남았는데 일단 아침부터 먹어야지"
"돈도 없으면서 밥은 어떻게 먹는거냐"
"성당에 그만큼 가져다 줬으니 빵정도는 주던데? 마족은 고기를 먹어야 하나? 고기 살 돈은 없는데 잠깐 가서 고기 좀 잡아올까?"
느긋한 아저씨 같은 말투로 별거 아닌 일이란 표정으로 금새 칼을 챙겨 나갈 준비를 한다.
"아니.. 마족은 안먹어도 된다"
"혼자 먹긴 외로운데.. 계속 밥을 혼자 먹었더니 이제 벽이랑 대화할 것 같았거든"
"벽이랑 대화하냐? 밖에 사람들도 있고 전쟁 고아들도 있고 뭐 그렇지 않는거냐?"
"뭐.. 그렇기야 하지만.. 고아들은 글쎄.. 나 때문에 고아가 된 게 아닌가 싶어서 미안해서 성당 보육원 애들이랑 얘기를 못하겠더라고.."
"네 잘못이 아니다."
"어? 고맙다."
또 싱긋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
"네 잘못이 아니다. 마왕이 나쁜거다."
"크큭.. 마족이 마왕이 나쁜거라니.."
배를 잡고 웃고있다. 한참을 웃더니만 지긋이 쳐다본다.
"귀엽게 생겼네. 마왕이 마계로 갈 때 못쫓아간거냐?"
"나는 그렇게 모자른 존재가 아니다"
"그럼 왜 여기에 있지? 나에게 볼일 이라도 있는건가?"
"아니다! 그런게 아니다!"
"어찌됐든간에.. 고맙다"
"그만 고맙다고 해라. 난 그런 말 들으러 온 게 아니다"
"그럼 뭐가 목적이지?"
".... 아니다. 다녀오라 청소 하겠다. 더러워 죽겠다! 먼지에 쓰레기에 저건 또 뭐냐!!"
"아.. 이건 내 애인. 중요한 거. 버리면 안된다. 다녀올테니 청소해줘. 음.. 뭘 좋아할 지 모르니까 일단 되는데로 잡아오마"
"얼른.. 얼른 가!!"
등을 밀어 집밖으로 내쫓고 청소를 하기 시작했다.
구석구석에 쑤셔박혀있는 여자 누드사진이며 휴지덩어리가 의심스럽지만 혼자사는 남자놈이니 어쩔 수 없겠지. 들키지 않으려고 곱게 접어서 끼어넣은 팬티는 보물찾기하는 것도 아니고.. 기가막힌 곳에 쑤셔박혀 있어서 다 꺼내서 빨아 널었다. 이게 다 뭐야.. 찾아낸 팬티만 15개가 넘는 것 같다. 하아... 빨래는 안한건지 세탁물이 잔뜩 쌓여 있지만 입고 벗고 또 입은 건지 깨끗한 게 하나 없었다.
"하아... 도대체 살림이란 걸 한거야?"
집안은 엉망이고 퀘퀘한 냄새가 났던 게 치즈냄새도 아닌 썩은 치즈들이 잔뜩 있었고, 게다가 쓰레기와 쓰레기와 같은 세탁안된 옷가지들이 나뒹구는 게 아니라 구석구석 끼어있고 청소한 뒤에 바닥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거.. 원래 이런 색이었어?"
흑갈색에 가깝던 바닥은 청소를 다 마치고 나니 미색의 바닥이었고 창문은 불투명 유리인 줄 알았는데 먼지를 다 닦고나니 투명한 유리였다. 게다가 시들시들한 화초들도 다시 영양제와 물을 주니 금새 예쁜 꽃을 피워주었다.
"이거야 원.. 어디 갈려고 해도 갈 수도 없겠군."
청소를 다 마치고 난 뒤에 스트레칭을 조금 하고 있을 무렵, 도착했다.
"많이는 잡아와도 소용없을 것 같아서 늑대 몇마리랑 곰이랑.. 잡아왔는데 어라? 이게 다 뭐지?"
팬티를 만국기처럼 밖에 다 널어놨더니 그걸보고 놀라는 용사놈의 뒷통수를 때려주고 싶었다.
"늑대고기 먹나? 곰고기 안쪽이 좀 더 부드럽긴 한데.. 멧돼지는 질겨서 오래 재워둬야 할꺼야 일단 발본씨 한테 좀 갖다주고.."